복잡한 세상?…단순하게 보면 전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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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보는 방법 / 존 H 밀러 지음, 정형채·최화정 옮김 / 에이도스

우리는 아주 작은 부분의 국소적인 행위가 전체에 엄청난 파급력을 주는, 서로 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다. 말 그대로 초연결사회이다. 따라서 우리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봐야 한다. ‘왜 복잡계 이론인가’에 대한 가장 쉬운 설명이다. 복잡계 과학은 1980년대 산타페 연구소를 중심으로 19세기부터 이어온 전통적인 과학의 환원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등장했다. 저명한 물리학자 머리 겔만의 말처럼 ‘전체를 대충 훑어보기’가 자연과 사회의 복잡성을 파악하는 데 긴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존 밀러 카네기 멜런대 사회경제학 교수가 상호작용, 피드백, 이질성, 분자 지능, 네트워크 등 복잡계를 지배하는 핵심 원리 10가지를 명쾌하게 해설한 책이다. 저자는 현대 과학이 갈수록 점점 더 작은 현상에 대한 점점 더 자세한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가장 작은 부분에 대한 세밀한 지도들을 모자이크처럼 맞추면 세계에 대한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밀러 교수는 “이 전략은 실패”라고 단언한다.

책은 이 같은 전통적인 분과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아주 단순한 것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원래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드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했다. 단순한 시작이 경이로운 결과를 낳기도 하고, 놀라운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환상적이면서도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기복이 심한 지형에서 높은 곳을 탐색하는 알고리즘을 신약 개발을 위한 혼합제제 연구에 이용하는 사례, 박테리아의 행동을 탐구하는 시뮬레이션, 진화론적으로 협력의 출현을 탐구하기 위한 수학 모델 등 학문적 영감을 주는 주제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복잡계의 핵심 원리를 찬찬히 설명한다.

꿀벌의 행동이 어떻게 인간 두뇌나 경제적 활동과 연결되고, 생명체의 신진대사가 어떻게 인간이 건설한 도시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모래 더미의 움직임이 어떻게 사회 혁명을 좌우하는지도 보여준다.

하지만 저자는 복잡계 과학이 세상의 전체 그림을 그리고 해석하는 최고의 도구라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 상호 보완적인 사유 방법의 하나로 제시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복잡계 전문가인 정형채 세종대 물리학과 교수의 상세하고 풍부한 주석도 책의 이해를 돕는다. 300쪽, 2만 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