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진입·소형화 미입증” 강조…‘美 선제타격 차단’ 힘쓴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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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정상 이틀연속 전화통화

文설정‘레드라인’안넘었단 뜻
선제타격 관련 우려 전달한듯
원유공급 완전 차단·해상봉쇄
새 제재안은 추상적 언급 그쳐

韓 독자제재안도 구체화 못해
北은행 10곳 등 포함여부 주목

문재인(왼쪽 얼굴) 대통령이 30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미국 전역 타격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반면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언급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한 직후에 이뤄진 통화에서 이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화성-15형이) 지금까지의 마사일 중 가장 진전된 것임은 분명하나 재진입과 종말 단계 유도 분야에서의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는 곧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북한이 넘어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레드라인에 대해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당일과 다음 날 이뤄진 두 번의 한·미 정상 통화 중 두 번째 통화 시간이 길었고 대화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약 60분간 진행된 두 번째 통화는 문 대통령이 현 상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듣고 공감을 표시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통화 내용과 관련, 문 대통령이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29일 북한의 도발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첫 번째 통화에서는 미국의 선제타격과 관련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두 차례 한·미 정상 통화에서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 원유 공급 완전 차단, 사실상의 군사 옵션인 대북 해상 봉쇄 등 새로운 제재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언급 수준에 그쳤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을 최대한 강화하는 노력도 함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고, 미국 백악관도 한국시간으로 1일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북한 정권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포함해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후 거론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도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NSC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단호하고 실효적인 대응조치를 지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증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조치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독자 제재를 추가로 한다면, 미국의 독자 제재에는 포함돼 있으면서도 우리 정부의 제재 대상에는 제외된 북한인 8명과 조선중앙은행 등 북한의 은행 10곳 등이 추가될지가 주목된다.

김병채·김유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