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습생 잇단 사망에… 실업계 ‘취업률 성과주의’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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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 대책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고교 현장실습 내년 전면폐지

조기 취업에서 취업 준비로
모든 사업장 전수 점검하고
안전 위반땐 즉시 복교시켜
고용 질 파악 취업유지율 도입

1일 정부가 1963년 처음 시행됐던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를 시행 50여 년 만에 전면 폐지키로 한 것은 직업계 고교생들의 현장 체험 학습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취업을 전제로 한 현장실습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대신 직업계고의 특성을 감안해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만 제한적으로 시행한다는 복안이다. 또 구조적인 개선책과 관련,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업률 중심의 평가와 예산지원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예산지원에서 취업률을 위주로 정량 평가하기 때문에 학교와 학생들이 취업률에만 목매달다시피 하면서 노동인권이 외면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김 부총리는 “학생의 고용 안정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지취업률을 조사할 수 있도록 직업계고 취업률 조사방식을 국가승인통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향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또 이날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미혼모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과 전공의 폭행 등 의료환경 개선방안도 논의됐다.

◇고교현장 실습 ‘취업 중심→학습 중심으로’=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키로 전격 결정했다. 이 제도는 1963년 당시 제정된 산업교육진흥법에 따라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실업계고가 생겨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산업 교육 실습 기자재가 없던 학교가 산업체에 실습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시작됐다. 이후 1997년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따라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현장실습이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실습을 통해 체계화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산업현장에서 경험이 미숙한 학생들이 일하다 보니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2006년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사실상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산업체의 요구로 제도가 부활했지만, 이후에도 사고와 저임금 등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정부는 고 이민호 학생의 현장실습 사건 등을 계기로 당초 2020년부터 시행하려던 방침을 내년으로 앞당겼다.

정부의 세부 계획을 보면, 현행 근로 중심의 교육과정은 실무과목과 연계된 학습중심(OJT)으로 바뀐다. ‘조기 취업’ 형태로 운영되던 제도를 ‘취업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기본 개념 자체를 바꾼다. 실습대상자도 현재는 ‘학생 및 근로자’로 혼용이 돼 있으나, 이를 ‘학생’만으로 제한키로 했다. 현장실습 기간 역시 6개월 이내에서 최대 3개월 이내로 한정된다. 학생들이 받던 임금 역시 ‘최저임금’에서 ‘현장 실습 지원비’로 개념이 바뀌고 액수도 축소된다. 정부는 대신 현장실습 우수 기업 리스트를 일선 학교에 제공하고, 우수 기업에는 다양한 행정·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아울러 모든 현장을 전수 점검해 학생 인권 보호와 안전현황을 확인하고,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학생들을 즉시 복교시키기로 했다.

◇미혼모·전공의 지원 방안 강화 =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전국 2만4000명에 달하는 미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정부는 출산과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거와 학업·취업 지원을 내실화하고 남녀 공통의 출산·육아 책임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미혼모 자녀 양육 지원 강화방안’을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조만간 확정하기로 했다.

전공의 폭행사건과 관련, 정부는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일선 병원에 배포하고 수련병원이 이 같은 폭행 방지에 대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실질적 제재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전공의 수련규칙 개정, 적정 간호인력 확보대책 마련 등 전공의와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제도적 보완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