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지은 문학관… 글쓰기·독자 만나기로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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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고흥에 ‘가족문학관’ 문 연 조정래 작가

“세번째 문학관 만들면 욕먹는다
아내가 말렸는데 가족들 설득
매달 마지막주 독자들 만날 것”

“처음 가족문학관을 제안받았을 때 아내인 김초혜 시인이 절 공격했어요. 이미 조정래 이름으로 문학관이 2개나 있는데 세 번째 만들면 욕먹는다고, 사람들이 당신을 ‘문학관에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고…. 그래서 세금으로 지은 문학관이 헛되지 않도록 제 남은 세월 동안 최선을 다해 글 쓰고 독자들을 만날 겁니다. 그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30일 전남 고흥에서 열린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 개관식에서 조정래(사진 오른쪽) 작가가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가족문학관은 고흥군이 조 작가를 비롯해 그의 부친인 조종현 시조시인, 부인인 김초혜(왼쪽) 시인 등 일가족 3인의 문학적 성취를 기려 만든 공간이다. 고흥군은 조 시조시인의 고향이라는 인연이 있다. 시아버지와 남편, 며느리가 한꺼번에 소개되는 문학관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도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만큼 가족문학관이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 작가의 이름으로 세 번째 문학관을 만드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컸다. 조 작가는 2003년 전북 김제에 건립된 ‘조정래 아리랑문학관’, 2008년 전남 보성에 세워진 ‘조정래 태백산맥문학관’에 이름을 걸어두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조 작가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으나 평생의 한으로 남은 아버지의 문학관을 만든다는 점과 가족들의 설득에 세우게 됐다”면서 “대신 사후 관리를 잘하겠다.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쓰고 있는 차기작 ‘천년의 질문’(가제)을 다 쓰고 난 후에는 매달 마지막 주에 김제와 보성, 고흥에 머물며 글도 쓰고 독자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작가는 부친의 이름을 딴 문학관을 세운 데 대한 감격을 드러냈다. 그는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만해 한용운을 총재로 하는 ‘만당’이란 비밀독립투쟁 결사에서 자금책이었다. 해방 후에는 순천 선암사의 주지 스님이 됐고, 불교는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실천한 분”이라며 “평생 기구하게 살았는데 이번에 그 업적이 다시 살아난 것 같아 기쁘다”고 울먹였다.

김초혜 시인도 “나에 대한 문학관에 대해서는 거듭 거절했으나 아버님이 일구신 시조문학의 뜻을 기리는 고흥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관식에는 조 작가의 절친한 문단 후배인 김훈 소설가, 조 시조시인의 법제자인 활안 스님, 박병종 고흥군수 등이 참석했다. 김훈 작가는 “이곳에 오기 전에 조종현 선생의 전집을 읽었다. 특히 ‘욕심쟁이’라는 동시 속에는 일제강점기 우리의 현실에 밀착한 묘사가 많아 놀라웠는데 이것이야말로 장편소설 ‘태백산맥’의 씨앗이 아니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족문학관은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관 등 3관으로 구성됐으며 총 1274점이 전시되고 있다.

고흥=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