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뒤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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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의 ‘국화 옆에서’(1947)는 꽤 널리 알려진 시이다. 이 시에는 ‘뒤안길’이라는 정감 어린 시어가 나온다. 물론 미당의 ‘화사’(1936)에도 이 단어가 나온다. ‘뒤안길’이 퍼진 것은 ‘국화 옆에서’가 널리 애송되면서이다. ‘뒤안길’은 어떤 길인가. 사전에는 ‘늘어선 집들의 뒤쪽으로 나 있는 길’이라 설명되어 있으나 좀 미심쩍다.

‘뒤안길’은 ‘뒤안’과 ‘길’이 결합된 합성어이다. ‘뒤안’은 16세기 문헌에 처음 보이며, ‘園’의 뜻이다. ‘園’은 ‘큰 집의 정원에 만들어 놓은 작은 산이나 숲’, 곧 ‘동산’이란 의미다. 15세기에는 이와 같은 의미의 단어로 ‘위안ㅎ’이 쓰였는데, ‘뒤안’은 ‘뒤(後)’와 ‘위안ㅎ’이 뒤섞여 만들어진 말이다. ‘위안ㅎ’은 17세기 문헌을 끝으로 보이지 않는다.

‘뒤안’은 어느 때인지는 모르지만 ‘동산’에서 ‘뒤꼍’이라는 의미로 변한다. ‘뒤꼍’을 뜻하는 ‘뒤안’이 지금 일부 전라, 충청, 경상 지역에서 쓰이고 있다. ‘뒤안길’은 ‘뒤꼍’이라는 의미의 ‘뒤안’과 ‘길’이 결합된 형태여서 ‘뒤꼍에 난 길’ 정도의 의미를 띤다. 미당은 생전에 ‘뒤안길’이 어떤 길이냐는 질문에 “뒤안(뒤꼍)에는 으레 장독대가 있는데 거기로 장이랑 푸러 다니다 보면 희미한 길이 나는데 그게 뒤안길이 아니겠냐”고 답했다고 한다. 부엌 뒷문에서 장독대까지 난 작은 길을 염두에 두고 시인은 고향 말인 ‘뒤안’을 이용해 ‘뒤안길’이라는 새로운 시어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뒤안길’은 1947년 이후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1957년 이후 문헌부터 다시 등장한다. 시골 마을 뒤쪽에 있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후미진 길이나 도심 속 큰길에서 들어가 있는 좁고 후미진 골목길을 가리키고 있다. 그 본래의 의미는 물론이고 사전의 의미와도 다르다. 물론 ‘뒤안길’은 ‘역사의 뒤안길’ ‘영광의 뒤안길’ 등에서 보듯 비유적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충북대 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