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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1일(金)
戰犯 프랄랴크의 법정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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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헛소리! 나는 전범이 아니다. 판결을 경멸하며 거부한다.”

11월 29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항소심 법정에서 슬로보단 프랄랴크는 작은 병에 담긴 독극물을 들이켰다. ICTY 소장인 몰타 출신의 카르멜 아지우스 재판장이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박해와 사악한 살해 등 반인도주의적 범죄 연루 혐의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한다”는 내용의 판결문을 읽은 직후였다. 올해 72세로 13년째 복역 중인 그에게 내려진 형량은 20년형이었다. 함께 기소된 자드렌코 프를리크 25년형, 부르노 스토지크와 밀리보즈 페트코비치는 20년형, 발렌틴 코리크는 16년형, 베리슬라브 푸시크는 10년형이 각각 선고됐다. 프를리크와 스토지크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크로아티아계가 세운 헤르체크-보스나 공화국에서 총리와 국방장관을 각각 맡았다. 프랄랴크는 크로아티아군의 사령관이었고, 다른 피고인들도 크로아티아 국방위원회(HVO)의 핵심인물이었다. 이날 프랄랴크는 병원에 이송된 직후 사망했다.

프랄랴크는 전범이 아니라고 외쳤지만 ICTY의 판단은 명확했다. 아지우스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피고는 1993년 프로조르 등에 대한 군사작전에서 살인과 고문, 폭행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HVO 군인들에게 비무장 보스니아 무슬림 민간인들의 제거 및 구금을 지시했다”고 기술했다. 또 스투피니도에서 무슬림 사원을 불태우고, 올드 브리지 유적에 대한 파괴도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재판장은 “피고는 전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판결문에는 보스니아 내전의 비극이 그대로 담겨 있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에 속했던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은 독립분리 이후 1992년부터 1995년 사이에 내전을 벌였다. 크로아티아군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고른지 바쿠푸라는 마을에서 60여 명을 억류하고 매질했다. 하산 바흘로라는 남성의 귀를 자르기도 했다. 곳곳에서 비무장 무슬림 민간인들에 대한 살해와 약탈이 자행됐다. 이스트 모스타르에 사는 16세 소녀를 포함해 많은 무슬림 여성이 HVO 군인들에게 강간 당했다. 민족 말살의 대학살, 제노사이드였다. 세르비아도 1995년 7월 스레브레니차에서 일주일 동안 8000명 이상을 학살했다. 배경에는 국가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영토를 빼앗으려는 탐욕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93년 5월 25일 설립된 ICTY는 오는 31일 공식 활동을 종료하고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동안 모두 161명이 기소됐고, 90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6명이 함께 기소된 프랄랴크 재판의 경우 13년 동안 465차례 심리가 진행됐다. 증인이 320명이고 채택된 증거품만 9872건에 달한다. ICTY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헌장 제7장에 따라 설립된 최초의 국제재판소로 내전에 대해서도 전범 처벌이 가능하다는 전례를 남겼다. 또 전쟁 강간을 엄벌한 첫 번째 국제 전범 재판이기도 하다. 프랄랴크의 항변에는 국가를 위해서라면 범죄도 정당화된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하지만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은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진 잔혹한 집단 범죄일 뿐이다.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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