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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김만권의 멘털 노트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4일(月)
‘고수가 하면 나도 할 수 있다’ 자존심 세우다 ‘큰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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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에서 상급자에게 당하는 이유

고수들 특정홀서 하수 속이려
상관없는 클럽 잡고 스윙연습
클럽 선택에 혼란주려는 술수

무조건 모방은 결국 禍 불러
자신을 믿고 결정한대로 쳐야

‘쇼트게임의 마술사’ 미켈슨
자신에 맞춘 클럽으로 성공


“하∼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평소에는 실력이 비슷한 것 같은데 내기만 하면 번번이 져요. 물론 그분이 저보다 골프 구력이 좀 더 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도 어느덧 골프를 배운 지 10년은 지났고 가끔 싱글을 칠 때도 있는데…. 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내기에서 하이 핸디캐퍼(하수)가 로 핸디캐퍼(고수)를 왜 이기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단다. 그런데 하수가 고수에게 ‘핸디’를 충분히 받았음에도 내기에서 번번이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수가 하수를 이기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기량 차이에 의한 것일 수 있다. 혹은 정교한 샷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골프장일 수도 있고, 흔히 말하는 농담도 있다. 하지만 서로 진지하게 플레이에 임하고, 하수가 익숙한 장소임에도 이기지 못한다. 고수가 부리는 교묘한 술수 때문이다. 하지만 하수는 고수의 교묘한 술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고수가 하수를 혼란에 빠트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한 홀에서의 클럽 선택이다. 고수는 평소보다 한두 클럽 크게, 혹은 작게 선택한다. 물론 고수는 하수가 자신이 어떤 클럽을 선택했는지를 알아차리게 한다.

하수가 고수의 클럽 선택에 영향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판단력의 혼란이다. 사람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행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즉,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어림짐작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것을 심리학에서 휴리스틱(Heuristics)이라 한다. 여러 휴리스틱 중에서도 하수가 고수의 클럽 선택에 영향을 받는 것은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s heuristics) 원리다. 대표성 휴리스틱이란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에 의거, 확률이나 합리적 근거를 무시하는 행동을 말한다. 가령, 100명의 남성 집단이 있다. 그중 변호사가 70명이고 자동차 정비사가 30명이라고 치자. 이 집단에 속한 A라는 남성이 자동차 정비사일 확률은 30%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A라는 남성이 ‘어린 시절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정치에도 관심이 없었다’라는 정보를 줬을 때, A가 자동차 정비사라고 판단할 확률이 높아진다. A가 정비사일 확률은 여전히 30%임에도 ‘공부나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정보에 현혹된 것이다.

하수는 고수를 더 대표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특정 거리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클럽이 있을 텐데도 ‘고수가 자신보다 실력이 좋고 거리도 많이 나간다’라는 정보에 현혹된 것이다. 고수가 큰 클럽을 선택한 이유는 큰 클럽으로 짧게 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또는 시늉만 하고 실제 샷은 평소 거리에 맞는 클럽으로 교체해 친다. 큰 클럽을 선택한 이유는 상대방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다. 고수는 평소보다 큰 클럽을 선택할 수도 있고, 거리에 맞게 클럽을 선택했더라도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개인 통산 42승(메이저대회 5승)을 올린 왼손잡이 골퍼 필 미켈슨(미국·사진)은 쇼트 게임의 마술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켈슨은 특히 웨지, 우드, 드라이버와 같은 클럽을 자신에게 맞춰 사용했다. 미켈슨은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밀려 한 번도 세계랭킹 1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우즈와는 대조적으로 성실하고 꾸준한 이미지로 늘 찬사를 받고 있다. 미켈슨은 “우즈가 하지 않는 것들을 모두 해보겠다”면서 골프장에서 우즈와 정반대로 행동했다. 우즈를 포함한 상대방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 중의 하나였다.

둘째 자존심의 문제다. 골프를 어느 정도 한다는 자신감이 있는 골퍼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당신이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질 수 없다는 경쟁심의 발로다. 하수는 고수가 선택한 클럽을 자신도 선택하는 무리수를 둔다.

살다 보면 유혹도 많고 어떤 것에 현혹되기도 한다. 정보가 너무 많을 때나 판단이 어려울 때 그렇다. 하지만 휴리스틱에 의한 결정이든 자존심에 의한 것이든 잘못된 결정일 수 있다. 누구나 같을 수 없다.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고 조건도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모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골프든 삶이든 중요한 결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좌우되지 말고 자신을 믿고 자기 생각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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