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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4일(月)
누가 대통령 생각을 지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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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사파 운동권과 평양보호론에 포획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우려가 제기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수는 물론 진보 쪽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자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그런 유(類)의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이 누구 말을 듣고 저러나” “어느 참모가 대통령의 말을 뒤집나” “누가 문 대통령의 뇌를 지배하는가” “그들이 전향을 선언한 적이 있나”…. 조금씩 표현은 다르지만 질문은 하나의 과녁을 향해 있다. ‘일부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 문 대통령의 생각을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냐’는 것이다.

동맹국인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 내 한국 담당자나 책임자들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방문했던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학자들에게, 언론인들에게 미국은 끊임없이 껄끄러운 한·미 관계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편함, 그리고 청와대 안팎의 인적 환경과 그 정체성에 대해 묻고 우려를 전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과거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억측과 소설’로 규정하고 ‘너무 치욕스러워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고 했던 ‘유시민식 변명’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사안이 너무 엄중하다.

처처에서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가 적폐 청산 분위기에 편승해 이참에 국가정보원의 힘을 빼야 한다고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다. 누군가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입법에 앞장서도록 대통령에게 권고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누군가가 정보와 수사를 분리해 국정원의 간첩 수사를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누군가가 한·미 정상회담(11월 7일) 후 양국이 함께 공개한 공동언론발표문에 나온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등을 위한 핵심축’이라는 내용에 대해 “문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뒷말을 내놓게 손을 썼다. 청와대 안팎의 누군가가 중국이 요구한 ‘3불(不) 굴욕외교’의 처리 방안을 문 대통령에게 헌책(獻策)했다.

또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월 15일 북한군 병사 귀순 당시 공동경비구역(JSA) 때의 교전수칙과 관련해 “대응 경고사격이라도 했어야 했다”고 ‘문제 제기’를 하자 누군가가 이를 ‘의견 제시’로 바꿔버렸다.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주사파와 전대협이 청와대를 장악했다”는 지적을 받은 임종석 비서실장은 “그게 질의냐”고 발끈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이 주사파 운동권을 이끌던 과거로부터 전향했다고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11월 29일 미사일 도발을 하자마자 미국과 일본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못 박았는데 누군가가 굳이 ‘ICBM이 아닌 ICBM급’이라고 문 대통령을 세뇌했다. 북의 도발 상황에서 청와대의 누군가가 대통령의 머릿속에 그 어떤 것에 앞서 “미국의 선제타격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르도록 만들었다.

이런 의문들을 모두 ‘억측과 소설’이라고만 하면 그만인가. 특정 집단은 ‘포획’을 통해 상대를 자기 권력하에 둔다. ‘포획’된 권력은 특정 집단의 생각에 지배당하고 끌려다닌다. 그게 포획의 논리다. 일국의 대통령이 여전히 과거의 위험한 논리에 젖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집단에 포획되어 있다면 그건 보통 큰일이 아니다. m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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