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낚싯배 전복 참사>폭 200 ~ 300m의 좁은 수로… ‘대형선박 지름길’ 위험 상존

10t ~ 수백t 선박 빈번한 왕래
‘명당 선점’ 과속 운항 가능성

3일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는 좁은 수로를 무리하게 빠른 속도로 가려다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해역은 폭이 200∼300m에 불과해 대형 선박이 오가기 어려웠지만, 운항 경로를 줄이기 위해 큰 선박들이 자주 왕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낚싯배들도 좋은 낚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과속 운항하는 관행 역시 사고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

4일 인천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해역은 인천 옹진군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에 놓인 영흥대교 하부 지점으로, 폭 200∼300m, 수심 10∼18m에 불과한 협수로여서 낚시영업 허가를 받은 10t 미만의 영흥도 소형 어선은 물론 수백t에 달하는 선박까지 수십 척이 왕래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 어업계에서는 사고를 낸 급유선이 사고 해역을 오가기에는 덩치가 큰 선박이라고 입을 모은다. 큰 배가 지나가면 순간적으로 너울이 생겨 주변의 작은 배 운항에 지장이 생기는 등 사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고 선박인 급유선 명진15호 역시 월미도와 남항 사이에 있는 유조선 부두에서 출발해 평택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대부분의 큰 배들이 영흥도 서쪽으로 크게 우회하는 대신 영흥대교 하부 지점을 통과하는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낚시 어선들이 낚시하기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무리하게 빠른 속도로 운항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영흥도 일원에서는 새벽 6시 낚시꾼을 태우고 낚시 포인트로 이동하게 되는데 좁은 수로를 빠른 속도로 서로 지나가려다 보면 부딪칠 위험이 상존해왔다는 지적이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가 난 낚싯배는 10노트(시속 18㎞가량)로 운항했고, 이를 들이받은 급유선 명진15호는 약 12노트로 운항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인천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