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로봇 드라마 속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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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그맘’ 종방 이어
‘로봇이 아니야’ 내일 첫방
KBS ‘너도…’ 상반기 편성
인간관계 염증·편리성 대변

지난해 인간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 앞에 인간 바둑 고수들이 줄줄이 무릎 꿇는 것을 봤다. 이는 로봇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빠르게 감지했기 때문일까. 유행을 선도하는 방송가는 최근 로봇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인간에 가까운 로봇 개발이 현실로 다가오며 과거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로봇 드라마가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MBC는 로봇 개발자가 죽은 아내와 닮은 로봇을 만든 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 ‘보그맘’(왼쪽 사진)으로 호평 받은 데 이어 또 다른 로봇 소재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오른쪽)를 6일 선보인다.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과 접촉하면 안 되는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재벌 남성에게 여성 로봇이 배달된 후 발생하는 일을 그린다. KBS 역시 혼수상태에 빠진 남성 대신 그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로봇을 등장시킨 ‘너도 인간이니’를 상반기 편성한다.

로봇 드라마는 그동안 숱한 초능력자를 등장시켰던 판타지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보그맘’ 속 로봇은 아들을 위해 최상의 양육과 최고의 엄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됐다. ‘로봇이 아니야’의 아지3는 슈퍼 컴퓨터급 두뇌를 갖추고 상대의 체온과 심박수 등 건강상태까지 파악하도록 제작됐다. 게다가 빼어난 외모를 갖춘 것은 기본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말하는 누군가의 이상형이며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할만한 존재다. 결국 로봇을 통해 구현되는 판타지라는 의미다.

로봇을 선호하는 것은 숱한 인간관계 속에서 염증을 느끼고 편리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한다. 죽음, 고통,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배제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들은 그런 대상을 좇던 인간들이 역설적으로 로봇에게서 인간미를 느끼는 결과에 도달한다. 보그맘을 만든 박사는 죽은 아내와 똑같은 모습의 로봇에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 완벽해 보이지만 여성의 손 한번 잡아본 적 없는 ‘로봇이 아니야’의 주인공 김민규(유승호)는 배달된 로봇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길들이는 과정 중 오히려 자신이 로봇에 맞춰가는 모습에 놀라고 만다.

결국 로봇을 소재로 다룬 일련의 드라마는 진통을 겪는 인간 관계 속에서 차라리 로봇과의 소통을 택한 인간들이 도리어 로봇의 인간적인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함에 방점을 찍는다. ‘로봇이 아니야’를 연출한 정대윤 PD는 “인간관계에 서툰 사람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라며 “사랑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