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법인세 인상은 투자·고용·수출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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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교수 경영학

미국 연방 상원이 법인세율 대폭 인하안을 통과시킨 이틀 후 한국의 여·야 3당은 ‘3%포인트 인상’의 역주행 합의안을 타결했다. 미국 상원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으나 공화당 의원 중 이탈이 1표에 그침으로써 51 대 49로 감세 법안이 통과됐다. 35%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로 대폭 인하된다. 하원에서 통과된 감세 법안과는 소득세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법인세 인하율은 같다. 높은 세율을 피하려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겼던 미국 기업은 귀환을 서두른다. 해외에 쌓아두었던 이익금도 세금 인하가 시행되면 미국으로 대거 반입돼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폭적인 법인세 인하는 전통적 교역국인 한국으로서는 중대한 위협이다. 일본은 2020년까지 법인세율을 20%로 내릴 방침을 즉각 내놨고, 유럽 각국도 인하 대열에 합류할 조짐이다. 분명한 국제적 인하 추세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요지부동이다. 국회의장이 법인세와 소득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고, 인상을 저지할 힘이 부족한 자유한국당은 ‘유보’라는 부대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과세표준 구간을 3000억 원 초과로 수정한 법인세 인상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나 홀로 세금 인상’을 강행함으로써 북한 핵미사일과 융합된 한국 경제의 불안은 더욱 고조됐다. 달러 값 폭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세금 인상까지 덮쳐 기업인은 탈진 상태다.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법인에 대한 핀셋 증세여서 문제가 없다지만, 적용 대상인 대기업은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더욱 어려운 처지가 됐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삼성전자 등은 주주관리 부담도 늘어난다. 외국인 주주의 입장에서 보면 인건비뿐만 아니라 법인세 부담도 과중한 한국 내의 투자는 반대할 사안이다. 경영진의 배임 혐의도 거론될 상황이다.

의결은 국회가 하지만 세법 개정의 결정적 변수는 여론이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이른바 ‘핀셋 인상’이 여론의 지지를 받은 것은 비정상적 경제 구조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실적은 천양지차(天壤之差)이고, 대기업 정규직에 비해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의 처우는 참기 힘들 만큼 차별적이다.

경직된 기업 규제로 시장 진입이 차단되고 조직화한 대기업 강성 노조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챙긴 게 문제였다. 강성 노조 등쌀을 피해 대기업은 하청 업체와 비정규직을 늘렸고 그 결과 초과이익을 얻는 대기업과 고임금 정규직이 사회적 분노를 유발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도 경쟁력 제고보다는 보호 위주로 흘렀고, 혁신성장 기회를 잡지 못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화풀이’ 세율 인상은 해결책이 아니다. 노동개혁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급여 인상의 선순환을 확보하고, 규제 혁파로 기업가정신을 북돋워야 한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로 미국에서의 사업 비중이 큰 한국 기업도 성장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반면에 한국의 법인세 인상은 기업 투자와 고용이 줄어들어 국민 소득이 쪼그라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세율 인상 후 정부는 그 영향을 정밀 추적해야 한다. 세율 인하 국가와의 교역 및 투자 교류 실적 변화를 추적해 예후가 나쁘면 즉각 교정해야 한다. 대체적 세원 확충을 위해 근로자 절반이 면세인 소득세와 유럽의 절반 수준인 부가가치세 조정 등 세제 합리화에도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