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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6일(水)
‘전체관람가’는 왜 전체에게 감동 못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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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전체관람가’는 꽤 참신하고 의미 있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영화감독 10명이 나와 차례대로 3000만 원 제작비를 들여 단편영화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매회 한 편의 단편영화를 상영하며, 거기에 스튜디오 토크와 리얼리티 예능 형식의 제작과정이 곁들여진다. MBC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이 큰 이벤트에 도전할 때 흔히 취하는 방식인데, 소재를 단편영화로 한 것이다.

참여 감독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말아톤’의 정윤철, ‘마담뺑덕’의 임필성,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원석 등 상업영화계에서 입지를 다진 감독들이 단편영화에 도전한다.

일단 단편영화를 시청자가 경험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단편영화는 다양한 상상력을 품으며 영화계 인재들을 길러내는 보육기 역할을 한다. 단편영화와 인디영화가 활성화됐을 때 참신한 상업영화 감독도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상업영화에만 관심을 쏟던 영화팬들이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단편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거나, 또 영화 지망생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자극받아서 다양한 작품활동에 나서게 된다면 영화계 입장에서 좋은 일이다.

그런데 영화계 입장에서 나쁜 프로그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문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편영화 소외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다면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영화계에 만연한 ‘열정페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시선으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감독들은 저마다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려고 한다. 감독들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이다 보니 좋은 결과물을 향한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돈이다. 3000만 원은 양질의 영상물을 만들어내기엔 적은 액수다. 그 액수 내에서 결과물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하나다. 사람을 쥐어짜면 된다.

바로 한국 영화계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다. 우리 영화계는 사람을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여 영상을 뽑아내 왔다. 우리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가면 그곳의 ‘인간적인’ 작업 환경에 놀라면서 돌아온다. 외국 배우가 한국 영화에 캐스팅됐다가 열악한 현장 조건에 크게 놀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스타급들도 고생하는데, 스타급이 아닌 사람들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게 우리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젊은이들이 새로 들어오지 않아서 스태프가 고령화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돈은 박하게 주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시키니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것도 당연하다.

‘전체관람가’에서 그려진 제작과정은 이런 우리 영화계 문제의 한 단면을 보는 듯했다.

알음알음으로 관계자들을 구해서 무조건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영화인들이 열정 하나로 ‘개고생’해가며 작품을 기어코 만들어낸다. 그러면 감독과 스타 배우에게 찬사가 쏟아진다. 바로 이런 구조 말이다. 이런 열정페이 문제 차원에서 보는 사람에겐 ‘전체관람가’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무조건 최고 영상만 뽑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제한된 제작비로 가능한 한도 내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구현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일 때 ‘전체’에게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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