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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6일(水)
부천역 ‘마루광장’, 車·노점 사라진 자리 휴식·문화,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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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 깔려 있는 일반적인 전철역 광장과 달리 마루처럼 원목으로 조성된 경기 부천역 광장. 자동차와 노점상이 사라진 대신 주말이면 공연이 열리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김선규 기자 ufokim@

하루 20만 이용 부천의 대표역
얼마 전까지 택시들 무단 점거
노점상 뒤엉켜 시민 안전 위협

브라질목재 깔아 공연무대 마련
주말이면 버스킹·비보이 ‘한창’
보행환경 개선한 ‘쾌적한 도시’


경기 부천,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부천역을 나서면 붉은색을 띤 크고 넓은 광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로 돌이 깔려 있는 다른 역 광장과 달리 이곳은 광장 전체를 원목으로 덮어 원목 특유의 붉은색을 띠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전철역 광장에 마루를 깔아 놓으니 신기한지 사람들의 시선이 자꾸 바닥으로 간다. 부천역은 왜 역 광장에 마루를 깔았을까.

수도권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은 매일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이나 전철을 이용한다. 지하철과 전철을 타면 출퇴근 러시아워에도 지상의 교통난과 관계없이 예측하는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역은 역 앞에 광장이라고 불릴 만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부천역처럼 예전부터 기차역으로 사용하던 전철역은 크고 넓은 광장을 가지고 있다. 전철 사용 인구를 고려해 볼 때도 지나치게 큰 광장은 사실 산업사회의 유산이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한 영국의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차로 대변되는 철도의 시대를 열었다. 철도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물건을 빠르게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게 해줬고, 기차가 서는 역에는 다른 곳에서 실어온 물건을 내리고 다른 곳으로 보낼 물건을 실을 수 있도록 하역장과 주차장 등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역을 거치는 물동량이 많을수록 역 광장도 함께 커져 역 광장의 규모를 보면 예전에 이 지역이 얼마나 발전된 곳이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물론 기차는 물건만 운송한 것은 아니었다. 철도를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근대적 의미의 관광도 시작됐다.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점, 상가, 숙소 등이 역 광장을 둘러싸게 됐다.

▲  최근 부천역 광장에서 열렸던 공연 장면. 역 광장이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다. 김종대 제공

부천을 대표하는 부천역은 1899년 11월, 우리나라 최초로 개통된 경인선 철도의 소사역으로 시작했다. 경인선을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소사역이 있던 소사읍이 부천시로 승격돼 부천역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 규모도 커졌다. 경인선 철도는 개설 이후 오랫동안 산업 물자 수송을 주목적으로 했지만 수도권 도시 집중화 현상으로 인구 집중에 따른 수도권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4년 8월 전철역으로 거듭났다. 전철역의 기능을 갖추면서 시민의 출퇴근을 담당하는 역이 됐고 쇼핑몰을 갖춘 새로운 부천역은 현재, 하루 이용객이 20만 명에 이르는 부천의 대표 역으로 성장했다.

역은 시민의 편의를 위해 그 모습을 바꿨지만 부천역 광장은 최근까지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과 무질서하게 점거하고 있는 노점상들로 뒤엉켜 시민의 안전을 위협했다. 그리고 광장의 대부분이 택시 회차를 위한 교통섬으로 보기에도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부천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 붉은색을 띤 ‘마루광장’이다.

부천시는 마루광장을 조성하기 위해 역 바로 앞까지 설치됐던 택시 주정차장부터 정비했다. 역 앞에 택시 회차를 위한 교통섬을 축소하고 광장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경찰지구대를 이전해 사람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무질서하게 난립해 안전과 미관을 해치던 노점상도 정리해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자동차와 노점상이 사라진 공간에는 콘크리트보다 더 강하다는 브라질 목재를 깔아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공연을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2016년 초 시민이 내 집 마루처럼 편안하게 이용하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마루광장이 등장하자 부천시의 바람처럼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마루광장을 배경으로 한 버스킹(거리공연) 영상물이 시민들의 SNS에 등장하는 등 부천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부천역의 마루광장은 산업사회의 대표적 공간인 역 광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과거에 역 광장을 가득 메웠던 자동차를 대신해 사람이 역 광장의 중심이 됐다는 것은 산업사회 이후를 준비하는 도시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고 보행환경을 개선해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도시를 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부천역 마루광장은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 단순히 광장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데 그치지 말고 역 광장까지 걸어서 올 수 있는 쾌적한 보행도로의 네트워크가 갖춰져야 시민들로 가득 찬 광장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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