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무역 1兆 달러 재진입…정책은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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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국제통상학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액과 수입액이 각각 5248억 달러와 4346억 달러로 교역액은 9594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연말이면 교역 1조 달러 타이틀을 되찾을 게 분명하다. 올해 전 세계 수출증가율이 6%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의 3배 수준으로 높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78%로 높아, 수출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3%대를 확신하는 것도 추가경정예산 효과 외에 예상보다 높은 수출 증가율 때문이다.

새 정부 1년 차에 교역 1조 달러에 재진입하면서 정부는 무역업계를 챙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5일 제54회 무역의날을 맞아 680명이 수출 유공자 훈·포장(勳褒章)을 받았다. 기업인들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수출 대한민국호’가 올해 세계 수출 실적 6위 국가로 발전한 데 대해 자축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출 증가가 경제성장을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하던 우리 경제 모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급기야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내걸었다. 이를 실현하는 처방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들고나오자 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면서 정부의 정책 변화를 기대했다. 이번 무역의날 행사를 단기적인 수출 실적을 치하하는 자리로 끝내기보다는, 우리의 수출 환경을 살펴보고 국민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올해 높은 수출 실적은 해외시장의 흐름과 연관성이 크다. 우리나라 20대 수출 대상국 중 싱가포르(9위)와 마셜 제도(17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었다. 호주(6위)와 러시아(18위)에 대한 수출은 각각 194%와 50%나 늘었고, 베트남(3위), 필리핀(11위), 영국(12위)에 대한 수출도 40% 이상 성장률을 보였다.

수출 실적이 우수한 품목도 많았다. 올해 900억 달러 수출이 기대되는 반도체는 50%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고, 이로 인해 ‘반도체 착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조선과 석유제품이 30%대, 석유화학과 철강은 20%대의 높은 수출 증가 실적을 보였다. 해외 공장 이전과 사드(THAAD) 보복 영향으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무선기기와 자동차 부품은 25%와 9% 수출이 줄어들어 대조를 이룬다.

반도체 수출이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조치의 영향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잠잠하던 미·중 관계가 악화할 조짐이 커지고,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규제는 우리 기업의 중국 수출을 위축시킬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진행되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세이프가드 등을 이용한 ‘패키지 무역 압력’을 구사함에 따라 다양한 리스크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대미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환경 변화에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대외 통상 리스크도 극복할 수 있다. 빠르게 우리를 추격하는 중국 등 신흥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과 시장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주요 교역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는 한편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간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낮추는데 우리는 인상했고,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정규직 확대를 강요하고 있다. 교역 1조 달러가 앞으로 몇 년이나 지속될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