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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Consumer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7일(木)
연체이자 갚아야만 원금상환… ‘빚의 수렁’ 밀어 넣는 금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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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리한 약관에 소비자만 골탕

집 담보로 3억 빌린 뒤 연체 땐
지연배상금 첫 달 8만8000원
석 달 뒤엔 202만원으로 껑충

‘배상금→ 이자→ 원금順’변제
밀린 이자 모두 갚지 못할 땐
눈덩이 배상금탓 빚탈출 허덕


자영업자 박모 씨는 A 은행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5억3000만 원가량을 대출하고 월 137만 원씩 이자를 냈다. 사업이 잘나갈 때는 괜찮았지만, 어느 순간 이자가 밀려 석 달 정도 지나고 돈을 갚으려고 보니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연체 한 달까지는 원래 이자 137만 원에 1만300원 정도만 더 내면 됐다. 그런데 석 달째에 접어들자 기존 두 달분 이자를 뺀 연체이자만 490만 원가량으로 불어났다. 연체 두 달이 지나면서 ‘지연 배상금’ 명목으로 대출 잔액 전체에 대한 약정이자와 가산금리가 붙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구한 돈으로 일부를 갚았지만, 은행에서 지연 배상금을 먼저 처리하는 탓에 연체한 이자 가운데 일부는 그대로 남았고, 지속해서 원금에 대한 가산금리가 매겨져 ‘이자 폭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박 씨는 “앞에 밀린 이자를 먼저 처리해주지 않고, 원금에 대한 가산금리를 계속 매기니까 도저히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사들이 대출이자를 연체한 소비자에게 높은 연체금리를 부과하고, 이를 갚을 땐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채무자의 이자가 연체되면 보통 1개월 이내는 6%, 3개월 내 7%, 3개월 이상 8%의 가산금리를 붙인다. 최고 15%까지 금리를 물린다. 선진국인 미국(3∼6%), 영국(2%), 프랑스(3%), 독일(2.5%) 등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급 기한 이익 상실’ 전까지는 원래의 이자금에 약정이자와 보통 가산금리가 적용돼 그나마 낫지만 기한 이익이 상실되면 원금에 대해서도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지연 배상금’이 부과된다. 통상 일반 신용대출은 1개월, 주택담보대출은 2개월이 지나면 지연 배상금이 매겨진다. 이로 인해 이자 연체가 한 달만 넘어가더라도 내야 하는 액수는 급증한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집을 담보로 3억 원(만기 20년 기준)을 빌린 경우, 연체 첫 달에는 8만8000원가량의 지연 배상금을 물면 되지만 연체 후 석 달 뒤(기한 이익 상실)부터는 갚아야 할 지연 배상금이 202만 원에 달한다. 연체 1년 뒤엔 지연 배상금이 3억 원 수준으로 불어난다.

특히 채무자가 빚을 일부 갚더라도 은행의 채무 변제가 ‘배상금-이자-원금’ 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밀린 돈을 완전히 갚지 않는 이상 연체된 이자 중 일부는 남는 악순환까지 생긴다. 예를 들어 연체 기간이 2년을 넘어 3억6000만 원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가 5000만 원을 상환한다면 비용과 이자 5000만 원이 사라지고 원금과 지연 배상금 3억1000만 원이 남는다. 그리고 다시 원금 3억 원에 연체이자율로 지연 배상금이 붙는 식이다. 가산금리 없이 약정금리를 적용받으려면 배상금과 연체이자를 모두 갚아야만 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 금융국장은 “이자 전부를 갚을 금액이 부족하다고 해서 계속 원금에 대해 지연 배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금융 소비자의 허리를 휘게 하는 가혹한 부담”이라며 “채무자들의 신용 악화까지 불러일으켜 불이익을 가중한다”고 말했다. 채무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배상금을 갚느라 이자 근처에도 못 가고 신용 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들도 은행처럼 신용대출은 2회, 담보대출은 3회 이상 연속으로 원리금을 내지 않으면 바로 원금에도 연체이자율을 적용한다. 카드사나 저축은행 모두 기본 금리가 높다 보니 신용대출은 대부분 연체이자율이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한다. 담보대출도 연체 기간에 따라 3개월 미만은 기존 금리에서 10% 내외의 가산금리가 붙고, 3개월이 넘어가면 20% 내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담보대출이라 하더라도 3개월이 넘어가면 대부분 법정 최고 금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지연 배상금 산정체계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만약 채권자와 채무자 간 협의를 전제로 원금을 우선 갚도록 하면 연체자의 과다 채무 경감과 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원금부터 변제가 돼 줄어든 원금에 연체이자율이 적용, 그만큼 빚이 불어나는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최근 당정 협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금융위원회(금융위)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연체 2개월 후부터 기한 이익이 상실되는 건 채무자의 빚 부담을 과도하게 늘리는 유인이 되는 만큼 이를 연장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위도 금융권의 연체이자 산정 방식을 보완할 계획이다.

이 외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유동화할 때 채무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관행도 채무자에게 불리한 대출 제도로 지적된다. 은행은 유동화 회사에 부실채권을 넘겨버리면 그만이지만, 채무자로서는 빚 독촉의 수준이 더 가혹해지기 때문이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원금의 6∼8% 수준에 매각하는 점을 고려하면,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전에 채무자에게 알려 인수하게 하면 채무자들이 불법적인 빚 독촉에 덜 시달릴 수 있다. 연체이자 및 지연 배상금을 다 갚아 금융 채무 불이행자에서 벗어나더라도 신용 등급을 회복하는 데 최장 3년이 걸리는 것 역시 문제점이다. 금소연 관계자는 “여신 제도가 채권자 중심으로 구성돼 일부 조항은 채무자에게 가혹할 정도로 불리하게 적용된다”며 “소비자 중심으로 관련 약관을 개정해야 서민들이 사금융으로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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