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20.2.28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종교
[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7일(木)
“졸았나 봅니다. 잠꼬대! 할(喝)!”… 지선스님 冬安居 결제법어 화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수좌들에게 현대적 화두 던져

“제가 깜빡 졸았나 봅니다. 잠꼬대! 할(喝)!”

조계종 고불총림 백양사의 지선(71·사진) 방장 스님의 올 동안거(冬安居) 결제 법어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종단의 종정이나 수행의 근본사찰인 총림의 방장 스님의 안거 법어는 대개 한시(漢詩)로 된 게송(揭頌)이 인용되고, 가늠하기 어려운 선문답으로 엮여 신자들도 이해가 난망했다. 지선 스님의 법어는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고 시사적인 내용까지 담겨 화제가 되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 2일 전국 100여 개 선원, 2200여 명 스님이 사찰별로 방장 스님 등의 결제 법어를 들은 후 3개월간의 동안거에 들어갔다. 백양사가 공개한 지선 스님의 결제 법어는 큰스님으로서 수좌들에게 “∼해야 할 것이다”라고 이르는 어투가 아니라 “∼입니다” 식의 존대어다. 무엇보다 첫머리가 “동안거 망상!”이다. ‘망상’은 수행자가 뿌리를 뽑으려는 대상이다.

지선 스님은 자신의 고민부터 털어놓았다. 그는 “스마트톨링이라는 신기술이 생겨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2020년까지 없어지고 7000여 명의 직원이 직장을 잃게 된다”는 신문기사를 먼저 인용했다. 또 다보스포럼에서 2020년까지 일자리 500만 개가 사라진다고 하고,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이제 사람의 노동이 필요 없는 시대를 예고한다고도 했다. 스님은 “아마 4차 산업이 자리 잡으면, 사람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개인적·은둔적으로 되고, 공동체 정신은 훨씬 약해질 것”이라며 “그런 시대에 우리 불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요새 저의 고민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사람이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 괴로움에 빠져드는 시절이 목전에 와 있는데, 시대에 앞서가는 것은 차치하고 자신의 몸 하나 청정한 수행자로 우뚝할 수 없는 현실에 세상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라고 현재의 불교를 성찰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시대야말로 역설적으로 불교가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만 한다면 오히려 세상에 꼭 필요한 종교가 될 수 있다”며 수좌들을 격려했다. 스님은 “그 누가 쌀 없는 밥을 지어 오지 않는 사람을 대접할까? 소리와 빛깔만이 어지러운 이곳에서 본래 면목을 알아차려야 하리라”로 풀이되는 게송을 들려준 뒤 “잠꼬대! 할!”을 하고 법상을 내려왔다. 자신의 법문조차 ‘언어로 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근본을 끝으로 전한 듯하다.

지선 스님은 과거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불교계의 대표적 어른이면서 “진보가 먼저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 왔다. 2013년 백양사 방장으로 주석했고, 지난 6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임명됐다.

지선 스님의 결제 법문에 대해 “매년 비슷한 한문 투의 법문이 아니어서 신선했다” “수좌들에게 현대적인 화두를 던졌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이만희가 곧 ‘구원자’… ‘神·人합일 땐 영생불사’ 믿어 질병..
▶ 이낙연·황교안 종로 여론조사 한달…최대 27.2%p, 최소 1..
▶ 울산 신천지 60대 女신도 투신해 숨져
▶ 무섭도록 빠르다… TK서 못막으면 ‘한반도 3차유행’ 현실..
▶ 박성광 예비신부는 탤런트 이솔이···‘이웃의 수정씨’ 주연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文탄핵’ 100만 vs ‘文응원’ 60만…전..
민주, 동작을 ‘나경원 대항마’로 영입..
프로야구 시범경기, 코로나19로 ‘전면..
세포 결합력 사스의 최대 1000배… 인..
“약국·우체국서 공급” 한다더니… 현..
topnew_title
topnews_photo ■ ‘코로나 확산 진원지’ 지목된 신천지- 독특한 예배방식 매주 수·일요일 2차례 예배 ‘반드시 참여’ 원칙 하양·검정 ‘모나미 패션’… 다닥다닥 붙어 앉아- 특이한 선교방식 개신교 교회서 신도 빼가는 방식으로 교세확..
ㄴ 전도사 심어넣어 교회 통째로 흡수…‘산 옮기기’ 작전
이낙연·황교안 종로 여론조사 한달…최대 27.2%p,..
범투본, 1일 광화문예배 강행…집회금지 통고 집행..
코로나19 하루새 확진자 505명 추가, 총1766명…사..
line
special news 박성광 예비신부는 탤런트 이솔이···‘이웃의 수정..
개그맨 박성광(39)의 예비신부는 탤런트 이솔이(32)로 확인됐다.소속사 SM C&C는 “박성광의 예비신부..

line
정부 마스크보급 ‘우왕좌왕’…“주말까지 1∼2일 더..
울산 신천지 60대 女신도 투신해 숨져
무섭도록 빠르다… TK서 못막으면 ‘한반도 3차유행..
photo_news
미녀스타 샤라포바 은퇴… “이젠 테니스와 작..
photo_news
‘최고 151㎞’ 김광현, 첫 MLB 선발 등판…2이..
line
[북리뷰]
illust
애정표현도 집안살림도… 적극적이었던 秋史
[김병종의 시화기행]
illust
그들의 사랑도, 사상도… 커피 향으로 남았다
topnew_title
number ‘文탄핵’ 100만 vs ‘文응원’ 60만…전쟁터 된..
민주, 동작을 ‘나경원 대항마’로 영입인재 이..
프로야구 시범경기, 코로나19로 ‘전면 취소’..
세포 결합력 사스의 최대 1000배… 인체 침..
hot_photo
지폐 모델 되는 ‘멕시코 도롱뇽’…..
hot_photo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대구경북..
hot_photo
성현아, 은퇴설 일축 “언제 불쾌..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