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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7일(木)
“졸았나 봅니다. 잠꼬대! 할(喝)!”… 지선스님 冬安居 결제법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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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좌들에게 현대적 화두 던져

“제가 깜빡 졸았나 봅니다. 잠꼬대! 할(喝)!”

조계종 고불총림 백양사의 지선(71·사진) 방장 스님의 올 동안거(冬安居) 결제 법어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종단의 종정이나 수행의 근본사찰인 총림의 방장 스님의 안거 법어는 대개 한시(漢詩)로 된 게송(揭頌)이 인용되고, 가늠하기 어려운 선문답으로 엮여 신자들도 이해가 난망했다. 지선 스님의 법어는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고 시사적인 내용까지 담겨 화제가 되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 2일 전국 100여 개 선원, 2200여 명 스님이 사찰별로 방장 스님 등의 결제 법어를 들은 후 3개월간의 동안거에 들어갔다. 백양사가 공개한 지선 스님의 결제 법어는 큰스님으로서 수좌들에게 “∼해야 할 것이다”라고 이르는 어투가 아니라 “∼입니다” 식의 존대어다. 무엇보다 첫머리가 “동안거 망상!”이다. ‘망상’은 수행자가 뿌리를 뽑으려는 대상이다.

지선 스님은 자신의 고민부터 털어놓았다. 그는 “스마트톨링이라는 신기술이 생겨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2020년까지 없어지고 7000여 명의 직원이 직장을 잃게 된다”는 신문기사를 먼저 인용했다. 또 다보스포럼에서 2020년까지 일자리 500만 개가 사라진다고 하고,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이제 사람의 노동이 필요 없는 시대를 예고한다고도 했다. 스님은 “아마 4차 산업이 자리 잡으면, 사람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개인적·은둔적으로 되고, 공동체 정신은 훨씬 약해질 것”이라며 “그런 시대에 우리 불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요새 저의 고민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사람이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 괴로움에 빠져드는 시절이 목전에 와 있는데, 시대에 앞서가는 것은 차치하고 자신의 몸 하나 청정한 수행자로 우뚝할 수 없는 현실에 세상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라고 현재의 불교를 성찰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시대야말로 역설적으로 불교가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함)만 한다면 오히려 세상에 꼭 필요한 종교가 될 수 있다”며 수좌들을 격려했다. 스님은 “그 누가 쌀 없는 밥을 지어 오지 않는 사람을 대접할까? 소리와 빛깔만이 어지러운 이곳에서 본래 면목을 알아차려야 하리라”로 풀이되는 게송을 들려준 뒤 “잠꼬대! 할!”을 하고 법상을 내려왔다. 자신의 법문조차 ‘언어로 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근본을 끝으로 전한 듯하다.

지선 스님은 과거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불교계의 대표적 어른이면서 “진보가 먼저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 왔다. 2013년 백양사 방장으로 주석했고, 지난 6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임명됐다.

지선 스님의 결제 법문에 대해 “매년 비슷한 한문 투의 법문이 아니어서 신선했다” “수좌들에게 현대적인 화두를 던졌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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