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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07일(木)
대학은 결코 학생을 대충 뽑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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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정치학

입시철 ‘수시 전형’ 불공정 논란
아쉬움 · 낙담이 不信으로 연결
좋은 신입생 선발 노력 믿어야

수시 전형은 절대 ‘로또’아니다
사소한 실수는 탈락 이유 안 돼
면접 교수들의 담합도 불가능


대학 입시에서 획일적인 평가를 지양하기 위해 수시전형 비율이 높아가는 추세다. 수시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논술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학종부전형에는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가 기본 서류다. 논술평가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정량점수가 일부 반영되지만, 논술시험 성적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점수로 입학 가능 커트가 정해지는 정시에 대한 불신은 없다. 문제는 수시전형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다. 수험생과 부모 중 입시 결과에 만족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꽤 괜찮은 결과를 얻었어도 운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입시에 실패한 경우에 낙담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입시 결과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은 대입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불신으로 연결되곤 한다.

입시철을 맞아 최근 개인적 경험과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수시평가가 허술하거나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나돈다. 자신의 아들이 실수로, 지원한 대학이 요구하는 내용과 다른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음에도 1차 전형에 통과했는데, 입학사정관이 제출한 서류를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칼럼도 보도됐다.

입학사정관이었을 때 경험을 소개한다. 우선, 입학사정관들은 모든 서류를 검토하고 각 서류의 평가 점수를 기입해야만 한다. 드물게 다른 대학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소개서가 발견된다. 여러 대학을 지원하다 보니 소개서에 해당 대학 이름을 제대로 바꿔 놓지 못한 실수다. 솔직히 기분은 언짢지만 그 이유만으로 탈락시키진 않는다. 그런 자그마한 부주의를 빌미로 훌륭한 학생을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훌륭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학교 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 전략이다.

그 글에서는 입시 비리로 간주되는 일화도 언급했다. 아버지가 대학교수인 한 수험생이 수시면접을 갔더니 면접관들이 자기 집에 드나들던 아버지의 선후배들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학생은 합격했다고 한다.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 제도적으로, 한 학과의 교수들만으로 면접관을 구성하지 않는다. 또한, 교수들은 원칙과 명예를 중시한다. 냉소적으로 말하면 대다수 교수는 소심해서 담합할 엄두마저 내기 어렵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득에 비해 위험과 대가가 너무 크다. 자기 밥줄을 걸고 직장 동료 자식을 봐주는 그런 정서의 교수사회가 아니다. 면접 교수들이 합심해서 안면 있는 지원자에게 후한 점수를 줬을 것이란 암묵적 추정은 해당 교수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논술 채점위원이었을 때 경험이다. 학교에서는 공정한 평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여럿 마련했다. 논술 답안지를 채점하기 전에 평가 방식에 대한 상세한 오리엔테이션이 있다. 또한, 몇 장을 가채점해 평가지침에 따른 예시 점수와 비교하는 절차를 거쳐야 본채점을 시작할 수 있다. 2명 이상의 채점위원이 독립적으로 답안지 점수를 매기고 만일 점수 차가 크면 제3의 평가위원이 재평가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답안지마다 몇 분이나 읽고 평가했는지 로그 기록도 보관한다. 장시간 동안 모니터로 스캔된 논술 답안지를 읽다 보면 안구건조증세마저 나타난다. 악필로 가득 찬 어떤 답안지는 난수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천재는 악필이라는 옛말을 되새기며 혹여 좋은 인재를 놓칠까 싶어 반복해서 읽어 본다.

더러는 좋은 대학에서 합격했는데 그보다 못한 대학에서 불합격했다며 수시는 로또처럼 운에 따른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미국 대학 입시를 보자. 통상적으로 학생들은 10곳 정도의 대학에 지원하고 몇몇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는다. 명문 대학에서 입학통지를 받았지만, 낮은 순위의 대학에서 거절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누구도 미국의 입학 평가가 엉터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학마다 학생 평가 기준이 다르다고 믿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국의 대학들이 미국 대학들만큼 지원자 평가의 다양성이 있지는 않지만, 대학마다 나름의 평가 노하우가 있게 마련이다. 질적 평가에 기초하는 수시전형이 허술하다는 불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의 심리적 기제를 통해 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돼선 안 된다. 대학은 절대로 학생을 대충 뽑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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