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제·인종문제 해법도 진화과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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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후드 프로젝트데이비드 / 슬론 윌슨 지음, 황연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찰스 다윈의 혁명적 저서인 ‘종의 기원’(1859) 이후 158년이 흘렀으나 진화론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그간 진화론은 창조론과의 이분법적 대립을 지나 진화론의 논리적 근거가 되는 ‘자연선택’의 단위 또는 수준과 관련된 논쟁으로 옮겨갔다.

다윈의 진화론이 ‘개체’ 수준의 자연선택이었다면 1960년대 이후로는 유전자 선택과 집단 선택설이 본격적으로 대두하며 첨예하게 맞서는 양상을 보였다. 유전자 선택은 집단 선택의 이타성(利他性) 같은 오류를 지적하며 유전자 수준에서 자연선택이 일어난다는 주장. 이에 반해 집단 선택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조절 기능을 가진 종(種)들이 지구 상에 살아남았다고 역설했다.

양대 이론의 대표적인 저서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1976)와 저자의 ‘모두를 위한 진화론’(2007)이라고 할 수 있다. 도킨스의 유전자 선택설에 대해 저자는 집단 선택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로 조건과 환경이 맞으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이번 책은 이 같은 신념에 근거한 진화론의 원리를 생명의 기원뿐만이 아니라 국가와 종교 등 사회와 문화의 영역까지 확장한 것이다. 지난 150여 년 동안 진화 과학에서 개발된 다양한 연구 방법론을 인간의 사회적·문화적 현상을 연구하는 데 적용했다.

이를 위해 저자가 특별히 시도한 방법론이 ‘빙엄턴 네이버후드 프로젝트’. 오랫동안 자신이 거주했던 도시인 빙엄턴 시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친(親)사회성 설문 조사를 실시해 분석하고, 이를 친사회성 지리정보시스템(GIS) 지도로 구체화했다.

이 결과 친사회성 점수가 높게 나온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과 낮게 나온 학생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빙엄턴시의 실제 지역들과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친사회성 점수가 높은 ‘언덕’들은 안전한 주거 지역이었고 점수가 낮은 ‘골짜기’들은 우범 지역 근처였다. ‘자연선택이라는 망치질’이 만들어 낸 인간 본성이 사회·문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밝혀낸 융합적 연구 성과였다.

저자는 소금쟁이의 번식, 말벌의 사회성, 까마귀의 학습 우화 속에서는 인간 사회를 되짚어볼 교훈을 찾았다. 예를 들어, 까마귀들은 지나가는 자동차를 이용해 딱딱한 호두 껍데기를 까먹을 정도로 영리한 데 이는 학습이 곧 본능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화 과학을 바탕으로 한 학문 세계 전체의 융합을 부르짖었다. 최근의 학계가 각자 좁은 관심사에 파묻혀 서로를 망각하거나 적대시하는데 그럴수록 진화학적 싱크탱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론을 비롯해 세상을 바꾸는 과학 기술은 늘 축복과 재앙의 양면을 띠었다. 사람들은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어두운 미래에 막연한 두려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저자는 진화 과학의 힘을 믿고 있다. “진화론을 통해 인간 조건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 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진화 과학이 도시·교육·경제·인종 등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진화 과학에 대한 유토피아적 전망, 바로 여기에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이 있다. 640쪽, 2만5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