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현재’를 발전시키는 ‘미래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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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 조금주 지음 / 나무연필

철근 콘크리트의 직선으로 지어낸 회색 건물. 아니면 붉은 벽돌로 반듯하게 쌓아 올린 무미건조한 건물. ‘도서관’이라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런 건축적 외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축적인 외형뿐만 아니다. 내부를 들여다봐도 딱딱하고 무표정한 건 마찬가지. 열람실은 독서실처럼 운영되고 있고, 문화프로그램은 주입식 교육으로 변질했다. 우리가 보는 주위 도서관의 모습이 대개 이렇다. 바야흐로 방대한 지식정보가 클라우드 데이터로 저장되고 온라인으로 공유되는 시대. 도서관은 이제 지식의 독점적 유통공간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식의 창고’라는 전통적 개념의 도서관은 수명을 다한 것일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혁신을 추구하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14개국 48개 도서관의 ‘지금’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은, 세계 곳곳의 도서관들이 저마다 얼마나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며 미래를 모색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도서관의 미래’를 보여주는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도서관들은 상식과 개념을 뛰어넘는다. 미국의 몇몇 공공도서관은 3D 컴퓨터와 레이저 절단기, 다양한 공구 등을 들여놓고 이용자들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공방개념의 ‘메이커 스페이스’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미국 뉴욕주의 페이엣빌 공공도서관이 3D 컴퓨터를 들여놓자는 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아예 발명가 입주프로그램인 레지던스까지 운영하는 도서관도 있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밀어닥친 지난 2008년 이후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창업을 도모하고 발명과 발견을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메이커 스페이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책에는 획기적인 시도를 하는 다양한 도서관이 소개된다. 빈민층 주거지에 지역주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독특한 도서관을 세워서 범죄율을 줄이고 슬럼화 현상을 둔화시킨 성공 사례도 등장하고, 화재로 잿더미가 된 재래시장 재건을 위해 도서관을 세워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가 불과 몇 년 만에 주민들에게 외면당해 폐허가 된 실패 사례도 있다. 책에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환경 등의 가치 실현을 내건 도서관도 있다. 기록과 보존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는 곳도, 문화와 예술을 품고 있는 곳도 등장한다. 한국과 미국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고, 지금은 현직 도서관장으로 일하는 저자가 어떤 시선으로 도서관을 들여다보고 평가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356쪽, 1만85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