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시대로, 우주선타고 행성 사이로… 꼭꼭 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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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는 어디에 있을까 / 미카엘라 치리프 글·라이레 살라베리아 그림, 엄혜숙 옮김 / 키다리

칠레의 그림책이다. ‘토마스는 어디에 있을까?’에 대한 여러 가지 멋진 소개가 떠오르지만 ‘칠레의 그림책’이라는 말은 어쩐지 소리가 아름다워서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작가 미카엘라 치리프는 세계적 권위의 ‘하얀 까마귀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으며 이 그림책으로 2016년 IBBY Chile가 수여하는 메달을 받았다. 요즘은 세계의 그림책 소식을 어디서나 듣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지만 그럼에도 칠레의 그림책은 우리에게 아직 드물다. 설레는 일이다.

이 책은 토마스의 숨바꼭질 이야기다. 이 숨바꼭질의 규모를 집안이나 마당, 골목 어귀 정도로 상상한다면 책을 읽어가면서 깜짝 놀랄 것이 틀림없다. 토마스는 조반목 공룡부터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까지 가장 많은 공룡이 살았던, 꽃피는 백악기에 숨는다. 고릴라와 친구하고 유니콘을 타고 달리는 판타지 세계에 숨는다. 세탁기 우주선을 타고 옷걸이와 양말이 우주 유영을 하는 태양계의 행성과 달 사이에 숨는다.

술래인 엄마는 토마스에게 줄 오후 간식을 만들면서 토마스를 찾는 척하고 있지만, 일부러 못 찾는다. 세상 모든 걸 다 알 것 같은 엄마가 나를 못 찾는 술래잡기는 진짜 꼭꼭 숨은 것 같아서 너무나 재미있다.

하지만 아무도 끝내 못 찾는 술래잡기는 재미없지 않을까. 그래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귀신같이 토마스가 숨은 곳을 알아내는 영리한 친구, 강아지다. 강아지는 토마스가 없는 사이에 식탁 위 토마스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고 엄마가 바쁠 때는 대신 토마스와 술래잡기도 해주는 사랑스러운 조연이다.

이 책은 수수께끼 책이기도 하다. 토마스가 어디까지 숨으러 가게 될 것인지는 강아지도 알지만 독자도 미리 알 수 있다. 토마스의 그림책에, 장난감에, 샤워커튼 속에 단서가 들어 있다.

어린이와 함께 읽을 때는 서둘러 책을 넘기지 말고 “토마스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를 물어보면서 구석구석 충분히 눈길을 주면 좋겠다. 책 속에는 그 밖에도 재미있는 암호가 많다. 토마스가 강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그림, 엄마가 만드는 요리의 이름 등 그림을 자세히 보면 새로운 내용에 눈 뜰 수 있다.

이 암호들을 찾는 일은 독자와 작가가 벌이는 또 하나의 술래잡기인 셈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의 아름다운 새들을 실컷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이다.

지면을 지배하는 화려한 색감은 확실히 북반구의 그림책과 다르다. 세계는 넓고, 아름다운 그림책은 이렇게나 많다. 40쪽, 1만2000원.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