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골프가 좋아 제주로 이사… 인맥 쌓기 · 몸 관리에 최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신성 한라우드㈜대표가 지난 3일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어프로치샷을 하고 있다.

김신성 한라우드㈜ 대표

신포 우리 만두 물려받아 운영
24시간 모자랄 정도 바쁜 생활
“사람답게 살라”며 형 골프 권유
재미에 푹… “인생 최고 선택”

‘골프천국’ 제주에 홀딱 반해
2000년 재산 정리하고 집 옮겨
“일주일 절반은 골프장서 살아”

김신성(57) 한라우드㈜ 대표는 인생 최고의 선택은 ‘골프’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가 ‘골프 천국’ 제주도에서 살게 된 것도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다.

지난 3일 제주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전북 익산 출신인 김 대표는 제주살이가 벌써 17년이 넘는다. 김 대표는 고향을 등지고, 연고가 없던 제주로 내려와 살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우리 만두’라는 브랜드로 익산에서 분식점을 운영했다. 인천에서 신포 우리 만두란 상호로 분식집을 운영하던 고모부가 일찌감치 세상을 뜨자 20대 초반이던 김 대표가 상호를 물려받은 것. 김 대표가 팔던 만두의 맛이 워낙 좋아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전국 각지에서 택배로 보내달라는 주문이 넘쳐났다. 김 대표는 만두로만 30년 전 당시 하루 매출 7000만∼8000만 원을 올렸다. 하루에 수백 곳에서 프랜차이즈 문의가 들어왔을 정도. 얼마 후 전국 각지에 만두만 파는 체인점도 생겨났다. 요즘 얘기로 치면 ‘가맹점’이었고, 사실상 국내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1호였다.

하루 24시간을 쪼개야 하는 빠듯한 삶을 살던 김 대표에게 네 살 위 형이 어느 날 찾아와 “돈만 벌지 말고 이젠 사람답게 살라”고 조언하면서 골프채를 건네줬다. 김 대표는 골프에 빠져들었다. 3개월간 연습장을 다닌 뒤 본격적으로 필드에 나갔다.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덕에 싱글반열에 오르기까지 1년 남짓 걸렸다. 김 대표가 첫 ‘싱글패’를 받은 것은 입문 1년 6개월이 지나서였다. 익산의 팔봉CC(현 SG상떼힐)에서 78타를 기록했다. 1989년 당시만 해도 지역에 팔봉과 태인CC 등 골프장이라고 해야 2곳뿐이었다. 부킹이 어려웠고, 한번 라운드를 나가면 하루를 다 써야 할 판이었다. 좋아하는 골프를 하면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있었다.

지인들과 제주로 골프 여행을 왔던 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의 눈에 제주는 골프 천국이었다. 김 대표는 “제주에 홀딱 반해 몇 년 동안 아내를 설득했고 마침내 제주행이란 결실을 맺었다”면서 “지난 2000년 만두 사업으로 벌어 놓은 전 재산을 정리하고, 제주로 이사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고향을 등지고 제주로 온 것은 오직 골프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골프를 하면서 늘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애견사업을 시작했고, 2년 뒤에는 골프 용품사업을 병행했다. 김 대표 아내 역시 핸디캡 5의 수준급 골퍼다. 아내는 제주지역에서 가장 큰 골프백화점을 지금까지 맡아오고 있다. 김 대표는 10년 전부터 합성목재를 생산 판매하는 한라우드와 한라지엔씨, 두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김 대표가 만드는 친환경 합성목재는 원목보다 몇 배 비싼 고가제품이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관리하는 등산로, 산책로에서 주로 난간으로 사용한다.

김 대표는 골프 승부욕이 강한 편이 아니다. 김 대표는 “내기 골프를 많이 한 덕에 실력이 빨리 늘었던 것 같다”면서 “마치 생존의 법칙처럼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에 와서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내기 골프는 지양하는 편이다. 하지만 재미로 하는 ‘점당 1000원’ 정도의 골프는 골프에 몰입하게 하는 자극제가 된단다.

김 대표가 골프를 30년 가까이 즐길 수 있는 비결은 여러 가지다. 우선 제주에서 사람을 사귀는 데 골프만 한 게 없다. 골프는 첫 만남에서도 자연스럽게 친분을 이어갈 수 있어 인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김 대표는 아무것도 몰랐던 제주살이 정보를 골프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얻었다. 둘째는 골프로 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 김 대표는 골프장에서 늘 걷는다. 카트를 타고 다닌 적이 없다. 이왕 운동하러 나왔으니 열심히 걷는 게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제주로 내려오기 전 핸디캡이 3 정도였던 김 대표는 그동안 클럽챔피언이나 공식 아마추어 대회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장 회원권을 한 번도 사지 않았다. 회원권이 없어도 언제든지 하루 10만 원 정도면 골프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제주는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골프 일정이 있는 날이면 업무를 오전 중으로 마치고 곧바로 골프장에 갈 수 있다.

제주에는 골프장이 30개나 되다 보니 쉽게 티 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 주민 할인으로 저렴한 그린피를 보장받을 수 있다.

김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3언더파 69타다. 제주로 내려오기 전부터 언더파는 간혹 있었지만, 3년 전 제주 라헨느 골프장에서 생애 최고의 기록을 작성했다. 5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낸 게 60대 타수의 비결. 요즘에도 75타 전후이며 여전히 장타를 뽐내고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20∼230m이다. 7번 아이언으로 160m를 보내 웬만한 아마추어보다 두 클럽 이상 더 보낸다. 피칭웨지로 125m, 샌드웨지로 100m를 보낸다.

골프는 ‘폼이 절반’이라고 믿는 김 대표는 골프채를 처음 잡으면서 3개월 동안 레슨을 받아 이상적인 스윙 폼을 익혔다. 세월이 흘러도 안정된 스윙, 장타가 가능한 이유다. 이후 레슨을 더 받을까도 고려했지만, 아무리 잘해도 몸에 입력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해 골프대회 중계 때 선수들의 스윙을 유심히 살피는 것으로 대신한다.

김 대표의 이글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숱하다. 하지만 홀인원은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역시 열혈 골퍼인 아내는 몇 해 전 홀인원 행운을 안았다”면서 “매주 기본으로 2∼3라운드를 소화하고, 외지에서 지인들이 내려올 때마다 골프장에 나가다 보니 일주일의 절반은 골프와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