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승자박’… 경쟁자 배제 나섰다가 ‘逆風’

아마존, 구글홈·IoT 판매 중단
스마트홈· AI 서 구글 밀어내기

경쟁업체 자사플랫폼 입점거부
구글이 경쟁자에게 쓰던 정책

아마존에 똑같은 식으로 당해
구글, 유튜브 제공 중단 ‘보복’

최근 구글 인공지능(AI) 스피커의 아마존 판매 여부를 놓고 아마존과 구글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구글이 ‘자기 꾀에 자기가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 플랫폼의 자사 플랫폼 입점 거부를 통한 ‘고사(枯死)시키기’ 전략은 구글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장터 구글플레이에서 먼저 사용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와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아마존 AI 스피커 에코 쇼에 자사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 이은 두 번째 중단 조치다. 에코 쇼는 아마존의 일반 AI 스피커 에코와는 달리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동영상 감상 등이 가능하다.

아마존이 자사 커머스 플랫폼에서 에코의 경쟁 제품인 구글 AI 스피커 구글홈을 판매하지 않은 게 사건의 발단이다. 특히 아마존은 지난 11월 구글 자회사 네스트의 사물인터넷(IoT) 기기 판매 역시 중단했다. 스마트홈과 AI 시장을 구글과 나누지 않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사실 이 같은 방식의 경쟁자 배제는 구글이 원조다. 구글은 구글플레이에 경쟁 앱 장터의 등록 자체를 불허하는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꾐에 자기가 빠진 자승자박(自繩自縛) 꼴이라는 의미다. 특히 해당 정책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과거 네이버 앱스토어 등 제3의 앱 장터 부진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실제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구글플레이의 매출 점유율은 61.2%로 예상되며 구글플레이가 퇴출된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도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자는 애플 앱스토어 정도다.

구글이 아마존에 유튜브 제공을 중단하며 ‘보복’에 나섰지만 답답한 건 구글 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마존의 에코 쇼는 주력 AI 스피커가 아니지만 세계 최대 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을 통한 구글홈 판매에 실패하면 장기적으로 스마트홈과 AI 시장 주도권을 아마존이 가져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KT 경제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에코 쇼에 유튜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보다 아마존을 통해 구글홈 등 단말을 판매할 수 없는 구글의 상황이 더 안 좋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구글이 이들 단말 보급을 빠르게 확대하지 못하면 우선적으로 스마트홈의 주도권을 아마존에 내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