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낙태약 인터넷 확산… 의료계 “목숨까지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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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유통 낙태약 위험천만

사이트 차단 4년새 73% 증가
외국도 처방전 없이 구입 못해
“자궁외 임신 등 모른채 복용땐
출혈로 생명 위협 받을수도”

낙태 합법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낙태약이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아무런 처방 없이 인터넷으로 구입한 약을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해외 유명 낙태약을 판매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선 메신저 등으로 상담을 받고 버젓이 낙태약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사이트에서 상담원은 ‘전문약사’라는 이름을 달고 온라인 상담을 해주며, 후기 게시판에는 효과를 봤다는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이 밖에도 인터넷 포털 등에 ‘낙태약 구입’ 등을 검색하면 유사한 사이트들의 홍보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합법적인 의약품 판매 사이트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불법 의약품 거래 사이트다. 국내에선 유전 질환이나 성범죄 등에 의한 임신의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낙태약 복용과 구입·판매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약국을 통하지 않은 의약품 거래 역시 처벌 대상이다.

박명배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교수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연간 50만 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진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인터넷을 통한 불법 낙태약 거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국은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곳이 많아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6명의 전담 직원을 둬 불법 의약품 판매 사이트를 수시로 찾아내 수사를 의뢰하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 역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낙태약 등 불법 의약품 판매 사이트는 성인 사이트처럼 아무리 차단해도 비슷한 이름으로 곧 다시 생겨난다”고 밝혔다. 낙태약 판매 등 불법 의약품 거래로 차단된 인터넷 사이트는 2012년 1만912건에서 지난해 1만8949건으로 4년 만에 73.6%(8037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낙태 합법화 여부와 별개로, 의사의 처방 없이 검증되지 않은 낙태약을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건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충훈 대한산부인과협회 회장은 “외국에서 판매 허가가 난 낙태약이라고 해도, 그 나라에서조차 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복용하도록 돼 있다”며 “낙태약은 일반 의약품처럼 개인적으로 구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 외 임신 등 자신의 정확한 상태를 모른 상태에서 낙태약을 복용하면 출혈로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약만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연·전현진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