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를 영원히… 사랑하기 때문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 유재하(사진 가운데)를 추모하는 1997년 앨범에는 가수 조규찬(왼쪽)과 작곡가 김현철(왼쪽 두 번째)이 참여했고, 30주기를 맞아 발표된 앨범에는 가수 수지(오른쪽)와 작곡가 김형석(오른쪽 두 번째)이 각각 가창자와 프로듀서로 힘을 보탰다.

■ 30주기 추모 앨범, 1997년‘10주기 앨범’과 비교해보니

- 1997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김현철 진두지휘 미발표곡 수록
이문세 등 동료가수 대거 참여
‘사랑하기 때문에’조규찬이 불러

- 2017 ‘우리 이대로 영원히’
감독 김형석, 현대 감각에 맞춰
그가 남긴 음악 11곡 재해석
타이틀 수지가 불러 듣는 재미

음유시인이라는 수식어가 썩 잘 어울리는 고 유재하가 20년 만에 다시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첫 번째 앨범이자 유작이 된 ‘사랑하기 때문에’를 남기고 1987년 11월 1일 세상을 뜬 유재하는 여전히 동료 음악인과 팬들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유재하에게 영감을 받았던 동료들이 참여해 그의 10주기인 1997년 발표됐던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에 이어 30주기를 맞은 올해, 또다시 그를 추모하는 앨범 ‘유재하 30년, 우리 이대로 영원히’(우리 이대로 영원히)가 세상에 나왔다. 20년의 시간을 두고 탄생한 닮은 듯, 다른 두 앨범을 비교해본다.

◇김현철 vs 김형석

1997년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의 총 프로듀서는 가수 겸 작곡가 김현철이 맡았다. 유재하가 세상을 떠난 2년 후 데뷔한 김현철은 ‘춘천 가는 기차’ ‘달의 몰락’을 비롯해 OST ‘그대 안의 블루’ 등이 높은 작품성과 대중성으로 인기를 끌며 ‘포스트 유재하’라 불리기도 했다. 그런 그는 이 앨범을 만든 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의 심사위원을 맡는 등 꾸준히 끈을 이어갔다.

2017년 ‘우리 이대로 영원히’의 제작은 김형석 프로듀서가 진두지휘했다. 두 사람은 한양대 작곡가 선후배 사이. 학창 시절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던 김 프로듀서는 유재하를 만난 후 대중음악에 눈을 뜬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형석은 유재하의 형이자 유재하음악장학회를 이끄는 유건하 회장과 의기투합해 이 앨범을 준비하게 됐다. 김형석이 속한 키위미디어그룹 관계자는 “주로 소속사 앨범 작업에 집중하던 김 프로듀서는 유재하 추모 앨범의 의미를 살리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고 전했다.

◇앨범 구성, 어떻게 다른가?

두 앨범의 기초는 1987년 발표된 유재하의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다. 이 앨범에는 동명 타이틀 곡을 포함해 총 9곡이 담겼다. 반면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에는 총 13곡이 수록됐다. 기존 9곡 외에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비애’ ‘그대와 영원히’ ‘재하를 그리워하며’가 포함됐다. ‘비애’는 유재하가 가수 한영애에게 준 곡이었는데 1988년 발표되면서 유재하는 완성된 곡을 듣지 못했다. ‘그대와 영원히’는 그가 이문세에게 선물했던 곡으로 1985년 이문세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에 담겼다.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는 이 앨범에 참여한 동료와 선후배 가수들이 함께 만든 추모곡이며, ‘재하를 그리워하며’에는 음악을 배경으로 동료들이 그에게 전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재하야 (이)문세형이야. 너가 나한테 와서 ‘문세형 포장마차에 와서 술 한잔 사주라’ 할 것 같다. 그때도 그랬듯이”라는 이문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이대로 영원히’는 총 11곡으로 구성됐다. 유작 앨범에 담겼던 9곡에 ‘그대와 영원히’ ‘비애’를 더했다. 유재하가 사망한 지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후배 가수들이 참여한 만큼 유재하에게 전하는 목소리를 담기보다는 그가 남긴 음악을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누가 참여했나?

유재하 사후 10년에 발표된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에는 생전 유재하와 인연을 맺었거나 그의 음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후배들이 대거 참여했다. 1989년부터 시작된 유재하음악경연대회를 통해 가요계에 발을 디딘 소위 ‘유재하 키드’ 등도 포함됐다.

‘그대 내 품에’를 부른 나원주(7회 대상), ‘우울한 편지’를 부른 고찬용(2회 대상), ‘가리워진 길’에 참여한 강현민(3회 은상) 등은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입상 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1회 대상 수상자인 조규찬은 타이틀 곡인 ‘사랑하기 때문에’를 다시 부르는 영광을 누렸다.

이외에 유영석, 고 신해철, 김광진, 한동준, 정재형, 김동률, 이소라, 이적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대거 참여했다.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재하를 그리워하며’에는 이문세 외에 조용필, 송홍섭, 한영애,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전태관), 빛과 소금(박성식·장기호), 고 조동진 등 그의 지인들의 목소리가 실렸다.

‘우리 이대로 영원히’는 현대적 감각에 맞춰 다변화를 꾀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독특한 음색을 가진 보컬리스트 이진아 ‘그대 내 품에’와 박재정 ‘우울한 편지’ 외에 래퍼 킬라그램이 참여해 김조한과 호흡을 맞춘 ‘지난날’,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피오가 부른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등이 담겼다. 조원선이 부른 ‘가리워진 길’과 지소울의 ‘텅 빈 오늘 밤’, 떠오르는 신예 닉앤쌔미와 리차드파커스가 리메이크한 ‘우리들의 사랑’, 스페이스 카우보이와 가수 김우주가 함께한 ‘그대와 영원히’ 등은 유재하의 원곡, 1997년 판 리메이크 앨범과는 또 다른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2017년 버전 ‘사랑하기 때문에’의 주인공은 가수 겸 배우 수지다.

유재하음악장학회 측은 “이번 30주기 추모 앨범은 많은 분의 도움과 참여로 더욱 남다른 앨범이 될 것 같다”며 “아름다운 마음이 모인 앨범인 만큼 많은 분께서 들어주시고 오랫동안 추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