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만나는 트럼프…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說’

볼턴·그레이엄 등 잇단 회동
한미연합사령관 워싱턴 방문
‘군사적옵션 논의’ 관측 나와

美 다수의견은 ‘北압박 초점’
트럼프도 “다른 제재들 많아”
조지프 윤, 北대화 유도 나서

미국 워싱턴 조야에서 북한의 ‘11·29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이후 한반도 위기설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매파’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 이어 10일에도 대북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을 면담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는 이날 발간된 한미연구소(USKI)의 ‘워싱턴리뷰’ 기고문에서 “북한의 3차 ICBM 시험발사 이후 한국·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생존의 위협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시각이 워싱턴에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계속한다면 (대북) 군사적 옵션은 북한을 상대하기 위한 미국의 ‘자동 옵션’(default optio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선제공격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그레이엄 의원과 이날 골프 회동을 가진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은 대북제재·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아시아담당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워싱턴리뷰’ 기고문에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계기로 미국이 1년 안에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노출될 것이라는 확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예방전쟁’ 논의가 더 탄력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최대 압박을 동반한 대북봉쇄·억지가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8일 “대북제재가 그(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통할지 나도 모르지만, 한번 해 보자”라면서 “(추가할) 다른 제재들이 아직 많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을 강하게 압박,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동시에 긴박해지고 있다. 당장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1∼15일 일본·태국을 방문해 대북 압박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윤 특별대표가 지난 7일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잠정 중단하면 대화를 개시할 수 있다는 이른바 ‘60일 계획’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만큼, 대화 가능성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도 지난 4∼8일 제프리 펠트먼 사무차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관련 행보를 넓히고 있다. 펠트먼 사무차장이 오는 13일 방북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1일 인권 문제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예정이다. 이날 안보리 회의장에서 북한인권 토론회를 개최하는 데 이어, 유엔본부 회의장에서도 한·미가 주최하는 북한 인권 관련 부대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유엔 주재 한국 대표부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토의하는 것은 2014년 12월 이후 이번이 4번째로, 조태열 유엔 주재 대사가 참석해 발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