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트코인 광풍’ 投機는 막되 革新기술은 키워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가 11일 가상화폐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등장 8년 만에 미 제도권 금융시장 진입이다. 비트코인도 금, 원유 등 각종 원자재와 같은 투자상품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의미다. 이로써 가상화폐 거래도 세계적으로 더욱 확대될 게 자명해졌다. 하지만 국내 비트코인 시장은 여러모로 심상찮다. 연일 폭등했던 가격이 당국의 규제강화 소식이 들리자 폭락했다. 국내 최대거래소인 빗썸에서 지난 8일 2499만 원까지 폭등했던 가격이 10일엔 1391만1000만 원까지 밀렸다. 이틀 새 44% 폭락했다. 투기 광풍에 이은 버블 붕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비트코인 버블 붕괴 조짐이 나타난 건 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8일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면서다. 실제로 법무부·금융위원회는 거래 자격과 금액을 제한하거나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정리하는 방안을 궁리 중이다. 거래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소비자보호장치를 둔 거래만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도 검토 중이다. 가상화폐의 실체조차 인정하지 않은 채 손 놓고 있던 당국이 이제야 초강력 규제책을 내놓을 모양이다. 어느 부문에서든 투기(投機)는 망국병이니 규제는 반길 일이다. 실체를 받아들여 관련법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는 일도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자체를 죄악시해선 안 된다. 핵심요소인 블록체인은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신기술로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을 일으킬 분야다. 잘 키워야 한다. 거품은 일시에 누르면 바로 터져 경제에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바람을 빼는 연착륙도 필요하다. 투기 잡는다고 섣부른 규제로 나라를 뒤흔들고 혁신(革新)기술까지 사장(死藏)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일본이 비트코인을 공식 지급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미국도 거래를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하는 이유다. 정부의 균형 잡힌 정책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