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韓中회담 ‘가치 공유’ 확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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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방문한다. 이번 방중 기간 중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북핵·미사일 문제로 한반도 주변 상황이 위기로 치닫고 있는 시기에 양국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향후 현 정부의 외교적 성패도 이번 방중 외교의 성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전기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안보의 긍정적 무역외부효과를 누렸다. 당시 자유진영의 동북아 전초기지로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적 고려는 한·미 간 통상마찰을 최소화하려 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는 한·미 관계에서 안보의 부정적 그 효과에 직면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미FTA 재협상 등 미국의 통상 압박은 안보의존의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무역의 긍정적 안보외부효과를 경험해왔다. 양국의 경제적 의존 심화가 불필요한 안보 갈등을 억제해 온 것이다. 하지만 G2로 부상한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추구하며 통상의존 관계가 안보적 압박을 유발하는 무역의 부정적 그 효과가 이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사드 배치 철회 등 중국의 안보 요구는 통상의존의 반대급부인 것이다.

수년 전 우리의 안보는 미국을 우선하고 경제는 중국을 우선하는 외교 노선을 취하면 된다는 순진한 사고를 드러낸 적이 있다. 오늘날의 양자 관계에서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여 접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연계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국가를 선택하느냐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낡은 사고다. 편승과 균형을 논하는 행위자 중심의 사고로는 우리의 독자적인 외교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 강대국 사이에서 우왕좌왕 오가는 균형외교로는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확보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실패한 동북아균형자론을 답습할 것인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힘이 부족한 우리가 주인(host) 외교를 할 수 없다. 우리에게 가능한 주인 외교란 국익에 유리한 강대국을 쫓아다니는 외교가 아니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에 무게중심을 두며 독자적 행보를 추구하는 가교(bridge) 외교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주요한 의제는 사드 배치와 북핵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목하는 가운데 이러한 의제에 대한 양국 간 조율의 성패가 경제 분야에서의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통상압박을 통해 안보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중국과 안보의존을 이유로 통상 분야의 양보를 구하는 미국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니 중국이 커보이고 한·미FTA와 평창올림픽을 고려하자니 미국이 아쉬운 형국이다.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국가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구체적인 외교원칙이 무엇이냐이다. 그것에 대한 답이 분명하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새로운 외교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질문에 매몰된다면 친미냐 친중이냐 하는 소모적인 논쟁과 양 세력 간 대결이 향후 우리 사회를 퇴행시킬는지 모른다. 우방을 판단하는 최우선 조건은 이익보다는 가치의 공유이다. 우리와 점점 이익을 공유해가는 중국이 가치를 공유하는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