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세계화·대중화 新전진기지…‘酒類시장’ 변혁 꿈꾼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전통주 갤러리에서 전통주 전문가와 방문객들이 산양산삼주 시음 행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aT ‘전통주갤러리’ 강남역 관광명소 부상

2015년 2월 인사동서 첫 개관
2016년 젊은층 많은 강남 이전

전시·시음·교육·판매 한 번에
150여 가지, 인테리어도 세련

日체험객들 “새로운 술” 감탄
외국인들 관광코스로도 인기

젊은층 전통주 관심도 높아져
창업 등 전문컨설팅 상담 급증

“오이시(맛있다). 순하고 부드러워요.”

지난 7일 작은 시음잔에 담긴 술을 맛본 일본인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술을 앞에 두고 조금은 망설였지만 한 번 술을 들이켠 후에는 세상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 사이인 사토 메구미 씨와 가쿠다 이쿠코 씨는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이곳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 내 ‘전통주 갤러리’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 왔다. 이들이 맛본 술은 산양산삼주. 평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 한국어까지 공부한 사토 씨는 한국 술에 대한 호기심도 커 주요 관광코스에 포함된 이곳을 들렀다고 한다. 두 일본 관광객은 시음할 때마다 맛을 표현하기 위해 전자사전을 꺼내 단어를 검색하기도 했다. 산양산삼주처럼 부드러운 술부터 40도에 이르는 오미자술까지 두 일본인 관광객은 맛을 볼 때마다 경이로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전통주 갤러리, 서울 강남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 전통주 갤러리는 우리의 술과 술 문화를 알리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강남역 부근에 설립했다.

갤러리의 크기는 165㎡(약 50평) 정도로, 우리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한국 전통주가 세련된 인테리어 속에 전시돼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원래 전통주 갤러리는 지난 2015년 2월 종로구 인사동에 설치됐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특히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관광코스인 강남역 인근(도보 5분 거리)으로 2016년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전통주의 전시와 시음, 교육·컨설팅, 체험, 홍보, 판매 등을 병행한다. 전통주의 모든 것을 이곳에서 알 수 있는 셈이다.

전통주 갤러리에 전시되는 술은 말 그대로 한국 전통주에 한정된다. 전시기준도 까다롭다. 농식품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식품명인주’ 혹은 농식품부가 지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의 제품이어야 한다. 또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수상한 술이나 술 품질인증 제품만이 전시대상이 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맞춘 술들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애주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통주 갤러리는 이런 방문객들에게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규 시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매월 색다른 주제에 맞춰 4~5종의 지역 전통주를 선정해 시음체험을 진행한다. 시음 프로그램에는 이곳에 상근하는 전문가들이 해당 전통주의 역사와 문화, 특징 및 다른 주류와의 차별점을 세세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술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나 지역의 특색 등을 듣고 있다 보면 술맛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외국인들에게도 이곳은 관광명소다. 영어, 일본어에 능통한 갤러리 직원들이 있어 외국인들이 방문하더라도 내국인에게 제공되는 설명과 시음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술과 함께 문화를 알리다… 젊어지는 전통주 = 이현숙 전통주 갤러리 관장은 “우리 전통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전통문화와 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서양 음식이나 술에만 관심을 보이던 우리 젊은이들도 전통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장의 말처럼 최근 전통주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를 이곳 전통주 갤러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주 갤러리에서는 우리 술과 관련한 비즈니스 상담도 진행한다. 음식점을 열고자 하는 사업가들이 창업 시 해당 점포의 메뉴와 잘 어울리는 술을 찾기 위해 이곳에서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는다.

가령 고객이 특정 메뉴를 제시하면 전통주 갤러리의 컨설턴트가 해당 메뉴와 잘 어울리는 술을 추천하는 식이다. 150여 가지의 술이 전시돼 있기에 고객들은 여러 종류의 술을 시음하고 적합한 술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대체로 우리 음식과 잘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무조건 와인이나 위스키를 먹던 시절이 아니다. 서양·외국 술보다 우리 음식에 더 적합한 우리 술이 있다는 사실을 이젠 대중이 더 잘 알고 있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일반 문화에서 술로 옮겨 온 것이다.

주류시장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술은 민속주 중심으로 발전하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자가(自家)양조’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전통주 제조법을 고문서를 뒤져 파악한 후 이를 직접 만들어보는 개인 연구자들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들이 각 지역의 특산물을 기반으로 술을 빚어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aT 관계자는 “전통주 갤러리를 통해 우리 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우리 술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릴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