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는 하나, 건반은 둘… 피아노·오르간 한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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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7-12-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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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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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혁, 16일 서울서 공연
바흐·리스트 두 악기로 해석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를 한 명의 아티스트가 같은 날 한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피아노와 오르간은 건반의 모양만 같을 뿐, 건반 수와 페달 수는 물론 소리를 내는 구조가 전혀 다른 악기. 이 둘을 한 명의 연주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드문 기회로, 국내에서 둘 다 프로페셔널하게 연주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16일 오후 5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이 무대의 주인공은 KBS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 ‘장일범의 가정음악’에 6년째 출연하며 대중에게 ‘클래식 읽어주는 피아니스트’로 유명해진 피아니스트 조재혁(사진)이다.

1993년 뉴욕의 프로피아노 영아티스트 오디션에서 우승, 카네기홀 와일 리사이틀 데뷔 후 현재 피아니스트이자 해설자,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그와 오르간의 인연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 때 미국 맨해튼음대 예비학교를 다니던 중 피아노 외에 악기를 하나 더 배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주저 없이 오르간을 선택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음악 교과서 표지에 세종문화회관이 소장한 오르간 사진이 실린 걸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던 걸 실제로 도전하게 된 거죠. 그 후로도 오르간 연주를 계속해오다가 1990년대부터는 미국의 대형 교회에서 음악감독 겸 오르가니스트로 20년 가까이 일했으니 이제는 제법 연식이 됐죠.”

그처럼 피아노와 오르간을 동시에 연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두 악기가 소리를 내는 시스템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피아노는 궁극적으로는 타현악기로 건반을 눌러서 줄을 울리게 하는 것이지만 오르간은 파이프로 공기를 떨리게 해서 소리를 전달하는 기명악기”라면서 “둘의 음색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오르간의 경우에는 파이프의 크기와 개수 등에 따라 굉장히 섬세한 차이가 난다”고 소개했다.

조재혁은 이날 바흐와 리스트의 곡을 1부에서는 피아노로, 2부에서는 오르간으로 연주하며 악기에 따라 다른 해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실제로 오늘날 피아노곡 작곡자로 보다 널리 알려진 바흐는 뛰어난 오르간 주자였으며 대부분 작품을 오르간을 위해 작곡했다. 당대 최고의 비르투오소(명연주자)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 리스트는 인생의 말년에 종교에 귀의하면서 이 시기 오르간 작품을 다수 작곡했다. 같은 작곡가의 곡을 여러 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관객뿐 아니라 연주자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음악을 기악으로 표현하다 보면 악기의 특성과 연주법이 제한되기 때문에 음악의 본질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다양한 도구를 통해 음악을 표현하다 보면 작곡자의 의도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그 메시지가 어떤 식으로 현실화돼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죠. 마치 사진의 해상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돼요.”

인지현 기자 loveo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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