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정 不法시위’ 구상권 포기, 코드 앞세운 反법치다

불법(不法)을 엄단하고 불법 행위에 따른 국가적 손해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가 이를 용인하고 면죄부를 주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제주 강정마을 구상권(求償權) 소송’을 사실상 취하하는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민·군 복합항인 제주 해군기지는 이른바 강정마을 대책위 소속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불법적 저지 투쟁으로 건설이 14개월 지연됐다. 이에 해군은 추가 비용 275억 원을 시공사에 물어줬고, 2006년 3월 원인행위자(개인 116명, 단체 5개)를 상대로 34억5000만 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반년이 경과한 지난달 30일 “상호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강제조정 결정이 나왔고,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다.

정부는 갈등 치유와 국민 통합을 내세웠다. 또 국회의원 165명의 ‘구상권 철회 촉구 결의안’ 및 제주도지사 등 제주 지역 단체들의 건의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법률 집행의 책임을 진 최후 보루다. 법원의 중재안이 사법부의 입장이긴 하지만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시위대는 해군을 ‘해적’이라고 폄하하고 해군 장교를 폭행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유입된 상습 시위꾼들로 시위가 더 과격해졌고, 불법 시위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까지 난 바 있다. 정부는 앞으로의 ‘주민 유대’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시위대 일각은 지금도 반성과 사과는커녕 ‘평화운동’ 운운하며 새로운 활동에 나서고 있다.

떼법으로 국책 사업을 가로막는 행위에 대해선 엄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을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무회의 결정이 지지층을 의식한 ‘코드 법치’로 비치는 이유다. 정부가 불법을 추인해선 안 된다. 이번 구상권 포기는 직권 남용에 해당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