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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13일(水)
여가부 ‘성폭력 가이드라인’ 제작됐지만… 촬영현장 ‘노출 계약서’ 명문화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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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性추행 근절 대책은

영화 ‘전망 좋은 집’(사진)의 주연을 맡았던 개그우먼 출신 배우 곽현화는 가슴 노출 장면 공개를 두고 이수성 감독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

지난 8월에는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영화 ‘뫼비우스’ 촬영 도중 여배우 B를 폭행하고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지난 7일 법원이 폭행죄 만을 인정하고 벌금 500만 원으로 약식기소하자 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14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후 영화계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고 유관 단체들도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성폭력 상담 센터인 전국 해바라기센터 37개소와 성폭력상담소 104개소에 배포된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에 앞서 영화계 내부적으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성추문으로 흐르지 않도록 제작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예술 작품을 수치화된 점수로 판단하기 어렵듯, 노출과 신체적 접촉을 동반하는 촬영이 불가피한 영화 제작 과정에서 법적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명문화를 강조한다. 일명 ‘노출 계약서’를 쓰자는 것이다. 민감한 장면을 찍을 때 화면에 담기는 노출 수위 및 연기할 때 배우들의 행동에 대한 세세한 지침을 담는다는 취지다. ‘전망 좋은 집’의 이 감독이 곽현화와 체결한 계약서에는 ‘노출 장면은 갑과 을이 사전에 충분한 합의하에 진행함을 원칙으로 하고 촬영 중 사전에 합의된 내용 이외의 요구는 을이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출 및 정사 장면이 담긴 대부분의 영화 속 조항은 이 정도 수준이다. ‘사전에 합의된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담아 오해를 없애자는 것이다.

반면 이 같은 계약서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돼야 하는 영화 촬영 현장을 경직시킨다는 반론도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진심이 아닌 머리로 연기를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명문화된 계약서보다는 현장에서 모두가 터놓고 이야기하며 적절한 수위를 도출하는 과정을 자주 갖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덕제와 A 씨 간 벌어진 사건에서 감독이 조덕제에게 A 씨가 모르는 연기 지침을 따로 줬다는 주장에 대한 일침이다. 감독이 리얼리티를 위해 특정 배우에게만 편향된 정보를 주고 촬영했다면 다른 배우에게는 연기가 아닌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를 연출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강간 장면을 촬영하며 “여주인공 마리아 슈나이더에게는 해당 장면에 대한 언질을 주지 않았다”고 밝혀 충격을 줬던 것이 그 예다.

몇 해 전 한 유명 감독은 노출이 담긴 영화를 기획하며 유명 여배우 B 씨를 섭외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사석에서 B 씨에게 “촬영 전 벗은 몸을 볼 수 있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에 불쾌감을 느낀 B 씨의 항의로 이 영화는 제작이 무산됐다. 이 감독 측은 “몇몇 장면에 출연할 대역 배우를 구해야 하는데 비슷한 몸매를 가진 배우를 찾으려 했다”고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런 요청은 프로듀서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했어야지 감독이 사석에서 하는 것은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당시 이 사건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지만 이 감독은 아직 활동을 못 하고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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