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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13일(水)
푸틴의 미·중·러 天下三分之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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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내년 3월 대선 푸틴 당선 확실
一帶一路, 러 중앙亞 패권 위협
러의 한반도 개입 본격화될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시리아·이집트·터키를 차례로 방문했다. 이는 지난 6일 러시아군 총참모부의 시리아 군사 작전의 종료 선언에 따른 것으로서, 러시아군의 시리아전(戰) 승리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승리 투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흐메이임 공군기지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지시했다. 그러나 전략적 요충지인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흐메이임 공군기지의 러시아군 기지는 계속 유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로써 지난 2015년 9월부터 본격화된 러시아군의 시리아 내전 개입은 일단락됐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내년 3월 18일)가 불과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선 열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푸틴 대통령에게 맞설 후보가 없다. 일부 서방 언론은 친서방 재야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대도시를 벗어나면 나발니에 대한 지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니 지방에선 인지도 자체가 매우 낮다. 그리고 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출마 자체가 어려운 상태이다. 그리고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와 극우 성향 자유민주당의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는 푸틴 대통령의 ‘만년 들러리 후보’일 뿐, 당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나마 ‘러시아판 패리스 힐튼’이라 불리는 미녀 앵커 크세니아 솝차크의 출마 선언이 흥미를 끌고 있으나, 이 역시 가십 거리일 뿐이다.


그런데도 푸틴의 걱정은 태산 같다. 대통령 지지란 것이 바람과 같아서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만 하더라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당시 대통령의 권력이 위협받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에 맞설 정치세력이 전혀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2월 하야해야만 했다. 지난달 권좌에서 쫓겨난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또, 현재 러시아 경제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 석유·천연가스에 의존한 제3세계형 경제구조 속에서 저유가가 계속되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러시아판 실리콘밸리 건설 사업 등을 추진해 보았지만, 근본적인 산업구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동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러시아의 국제적 지위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다. 푸틴은 그동안 서방 세계, 특히 미국과 긴장 관계를 통해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해 이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했다. 다소 경제사정이 악화하더라도, 크림반도와 동우크라이나를 회복하기를 원하는 것이 러시아 일반 국민 정서였던 것이다. 이에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노선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러 협력이 지정학적 한계에 봉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노선이 러시아의 유라시아 패권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의 텃밭이었던 중앙아시아가 점차 중국의 영향권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중앙아시아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경쟁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러시아는 중국의 진출을 억제하기 위해 2014년 벨라루스·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과 함께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러시아는 중국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푸틴은 올해 초 과거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한 닉슨-키신저 전략을 뒤집은 형태의 미·중·러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대전략 구도에 호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 구도는 미국 국내 정치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이 중심 이슈가 되면서 현실화될 수 없었다. 그러나 미·러 대립의 중심축의 하나였던 시리아 사태가 일단 종결됨에 따라, 내년 3월 러시아 대선 이후 트럼프-푸틴 연대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물론 아직 속단하긴 어렵다.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지정학적 근본 구조는 이 두 국가의 이익이 향후 충돌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러시아를 통한 미국과 북한의 중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역시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에서도 독자적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중국 일대일로의 변방 국가로 밀려날 수 있다는 러시아의 위기감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중국 일대일로에 대한 한국 전략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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