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외유령회사 세워 불법자금 모아 홍콩 션강무역 등 동원 국제제재 회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화성-15형’ 개발 표창하는 김정은 김정은(오른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개발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硏·美선진국방硏 보고서
“국제금융망 노출돼 꼬리잡혀”

북한 정부가 해외에 세운 유령회사를 통해 수출입을 하는 수법으로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연구소와 미국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상원 의원회관에서 발표한 ‘외환시장 효과-달러, 해외 네트워크, 북한의 불법금융’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에 있는 ‘션강(深光)무역투자회사’는 지난 2013년 1월 동아시아에 있는 한 전자부품 재판매 회사에서 1만5000달러(약 1640만 원)를 주고 물품을 구매했는데 구매 대금은 ‘글로콤’ 중국 지사에서 대신 지급했다. 결제대금 송금은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외환 대리 계좌를 통해 이뤄졌으며, 션강무역투자회사가 구매한 전자제품은 글로콤으로 건네졌다.

글로콤은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팬 시스템스’의 위장회사이며, 결제대금 송금을 도운 회사는 북한 대동신용은행이다. 북한 대동신용은행은 글로콤을 포함해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있는 북한의 유령회사들의 외환 거래를 지원해왔으며 이러한 사실이 적발돼 2013년 6월 미 재무부 제재대상에 포함됐다.

션강무역투자회사는 전자부품 구매 외에 2013년 3월 러시아로부터 289t의 수산물 물품을 수입하는 데 관여했고, 이 역시 북한 정권을 위한 활동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션강무역투자회사가 위탁 선적한 수산물은 ‘조선청송무역회사’라는 북한 회사에 전달됐는데, 이 업체는 북한 무기수출업체인 ‘청송연합’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역외 유령회사를 통해 외화 거래를 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국제 금융망에 노출되기 쉽다”며 “북한이 설립한 역외 유령회사를 파악해 제재를 가하면 북한의 외화 획득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제 금융체계는 북한의 통제를 벗어나는 영역인 만큼 불법 행위의 최종 단계에선 북한 당국의 존재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점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슈퍼노트’라고 불리는 위조지폐, 사이버 해킹, 만수대창작사 등을 이용한 외화벌이도 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