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티파니 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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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여주인공 서지수(서은수 분)는 엄마로부터 받은 용돈 3000만 원 중 옷을 사고 남은 돈을 구세군 자선냄비에 넣는다. 지난 11월 25일 방영분인데, 12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구세군의 모금 활동을 앞두고 삽입된 공익성 에피소드로 보인다. 시청률 40% 돌파를 앞둔 ‘국민 드라마’에 구세군 자선냄비를 등장시킴으로써 송년 시즌의 나눔 메시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구세군 기부 장면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여주인공의 행동이기에 설득력이 있었다. 미국 인디애나대에 따르면 소득이나 연령이 같은 남녀를 비교할 때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이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부할 때, 남성은 명성이나 이해관계를 따지지만, 여성의 경우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마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각국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대표 기구로 적십자 조직이 있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6개국 적십자사엔 ‘티파니 서클’이란 특별한 조직이 활동 중이다. 2006년 미국 적십자사가 매년 1만 달러(약 1091만 원) 이상을 기부하는 여성 리더 자선 조직으로 만들었는데, 발족 당시 미국 전역에서 228명이 참여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듬해 영국 적십자사가 매년 5000파운드(약 730만 원) 이상을 기부하는 여성 리더들을 대상으로 티파니 서클을 조직했다. 그리고 프랑스,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에서도 같은 조직이 만들어졌다. 현재 6개국의 티파니 서클에서는 900명의 티파니 레이디들이 기부는 물론 난민 및 빈곤층 어린이와 노인들 지원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9월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을 만들었다. 총 68명이 가입해 활동 중인데 여성 클럽인 티파니 서클과 달리 남성도 참여한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도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를 지난 2007년 발족했는데 최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676번째로 가입했다. 한국의 기부는 매년 늘고 있지만, 여성들의 참여율은 아직 낮다. 구세군에 2700만 원이 담긴 용돈 봉투를 서슴없이 넣은 서지수 같은 여성들이 많아져야 한국의 티파니 서클도 만들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