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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13일(水)
국가의 책임, 국민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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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2017년 첫 ‘대통령 탄핵’ 기록
각자의 역할 냉철히 돌아볼 때
국가의 ‘무한 책임’은 비현실적

文정부 ‘乳母국가’ 식 정책 난무
국가 의존증 키우고 책임감 약화
내년엔 ‘자유=권한’ 위축 막아야


그랜드캐니언을 찾는 사람들은 당장 그 웅장함에 놀란다. 그런데 주의 깊게 보면 또 하나 놀랄 만한 것이 있다. 안전시설도 경고문도 거의 없다. 위험한 곳에 들어가지 못하게 말리는 사람도 없다. 수시로 추락 사고가 나고, 자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안내 자료에는 ‘8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는데, 에베레스트산보다 많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안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가장자리에서 6피트(2m) 이상 떨어져 있는 게 좋다’고 권고할 뿐이다. 10여 년 전 필자는 레인저(관리인)에게 허술한 안전 대책에 대해 물었다. 답변은 이랬다. “보면 아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 각자 판단하고 행동하면 된다. 내려가서 영원히 올라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J.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라’는 말이 생각났다.

두 선박의 상호 부주의로 발생한 영흥도 낚싯배 참사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의 책임”이라며 머리를 숙이고 ‘무한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문 정부 출범 뒤에도 여전한 타워크레인 붕괴나 대형 버스 및 화물차 교통사고 등에 대해서도 대동소이하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책임의 비중을 확 높였다. 이젠 공직자 아닌 민간의 경조사비와 선물, 식사 비용까지 국가가 간섭한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에서 국가의 역할은 대조적이다.

2017년은 70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한 해로 역사에 남게 됐다. 정치적 먼지를 걷어내고 지도자의 책임, 국가의 책임, 국민의 책임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 때다. 문상객이나 구경꾼이 아니라면 야박하게 보일 정도로 문제의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대책이 수립되고, 사고의 재발을 더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국가 책임이라는 것은 당장 듣기 좋지만 올바른 해법과 거리가 있고, 실제로 불가능하다. 모든 사고에는 개인의 안전 의식에서 관련 업계의 잘못된 관행, 제도적·행정적 허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모든 가해자에게도 어려운 경제 형편 등 사정이 있다.

안전 분야 외에도 마찬가지다. 장기 소액연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기로 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최저임금 대폭 인상, 의료비 대폭 경감도 약속했다. 열심히 빚을 갚아온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면 영세업자들은 도산하고, 저임금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우선 정부 돈 3조 원으로 임금을 보전키로 했다. 그만큼 민간 경제는 위축되고, 관치는 확대된다. 의료비 부담은 줄지만 의료보험 부실화, 의료 서비스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의료 선택권도 사라진다. 문 정부 임기 5년은 넘기더라도 결국엔 재앙이 된다.

이처럼 국가의 무한 책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 대한 간섭을 ‘무한 확대’해야 하고, 개인의 선택과 자유는 위축된다. 그런 ‘유모 국가(nanny state)’는 좌파 노선 땐 사회주의, 우파 땐 파시즘으로 흐를 수 있다. 국가는 추상적 실체다.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의미다. 더 잘사는 사람이 더 부담해야 하지만 원칙이 중요하다. 더 내는 쪽은 흔쾌히 부담하고, 받는 쪽은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도움받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며 큰소리치고, 세금 많이 내는 사람과 기업을 도둑놈 취급한다.

국가가 진짜 책임져야 할 것은 안보와 법치다. 그런데 국가 정보기관을 무력화하고, 경찰의 공권력 행사도 죄악시한다. 동맹은 흔들린다. 탈원전에다 재정 적자 등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일을 쏟아낸다.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과거 정부의 정책까지 벌하려 한다. 인사 개혁을 외치면서 낙하산 인사는 더 노골적이다. 사법부에서도 권력과 닿은 세력은 완장 찬 듯 설친다.

현 집권세력은 ‘국가’의 이름으로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집착한다. 과거 파괴만 난무할 뿐 미래는 뒷전이다. 국민의 책임감 대신 의존증만 키운다. 과잉 보호에 익숙해지면 국가도 조직도 개인도 불행해진다. 2018년에는 국민이 냉철하게 ‘책임=자유=권한’을 요구해야 미래를 열 수 있다. 이미 수십 년 전에 함석헌 선생이 예언했다. 생각하는 국민이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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