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AI·빅데이터 ‘뒤엉킨 戰線’

- 이통사·포털·스마트폰 제조사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敵으로’

포털·이통사 협력관계 옛말
SKT·KT, AI스피커 출시뒤
네이버·카카오와 영역다툼

中선 빅데이터 소유권 놓고
텐센트·화웨이 첨예한 대립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내 업종별 경쟁의 ‘전선(戰線)’이 바뀌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동통신사와 포털이 차세대 핵심 산업인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에서 경쟁자로 떠오른 가운데 모바일 메신저 업체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빅데이터 소유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에 따르면 그간 이통사와 포털은 대체로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관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통사들이 초고속 네트워크를 개발해도 가입자들이 즐길 콘텐츠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가입자들이 많은 콘텐츠를 소비,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수익이 높아진다. 그동안 이통사의 최대 경쟁자는 다른 이통사였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시장에 지원금을 뿌리며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번호이동 시장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 이통사들은 최대 경쟁자로 포털 사업자를 꼽는다. 실제 양측은 최근 인공지능(AI) 스피커, 자율주행차 기술 등에서 경쟁 중이다.

특히 지난해 SK텔레콤과 KT가 AI 스피커 누구와 기가지니를 선보이자 포털 사업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웨이브와 카카오미니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포털 업계 역시 “기간통신사업자(이통사)가 부가통신사업자(포털)의 사업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와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빅데이터 소유권 문제를 놓고 대립 중이다. 화웨이가 AI ‘매직 라이브’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아너매직’을 선보인 게 발단이었다. 매직 라이브는 사용자 정보를 이용, 사는 곳 주변의 지역 정보 등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특정 요리를 원하는 채팅 메시지 등이 있으면 인근의 식당을 추천하기도 한다.

문제는 화웨이가 사용자 동의하에 수집한 정보에 위챗의 채팅 내용이 포함된다는 점이었다. 이에 텐센트 측은 자사의 데이터를 화웨이가 훔쳐갔다며 정부 개입을 요청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관계자는 “화웨이와 텐센트가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용자 데이터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 원인”이라면서 “앞으로 AI가 널리 사용되며 사용자의 빅데이터가 귀중해질수록 이런 분쟁 또한 잦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