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언제나 큰 힘 주신 은혜… 그리움은 묻고 꼭 성공해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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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장관賞 이영수 양

저의 스승님, 사랑하는 서지인 선생님께.

매년 스승의 날과 방학 때마다 선생님께 편지를 썼었는데 이번 편지는 조금은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서지인 선생님을 떠올리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선생님께서 제 마음속의 힘이 많이 되어주셨습니다. 이번 스승의 날 선생님께서 전근 가신 학교로 가 선생님을 뵈었을 때는 정말 기뻐서 눈물이 났습니다.

1학년 때 학교에서 ‘위기탈출 넘버원’ 영상을 보다 사고 장면이 나오자 무서워서 우는 저를 업고 교실을 나가셨습니다. 돌이켜보니 선생님께서 업어주신 것도 좋고 안아주신 것도 좋아서 선생님 등 위에서 더 눈물을 흘렸던 것 같습니다.

1학년, 입학식 전날 학교에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1학년 끝나고 받은 교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참 슬프게 만났습니다. 학교에 불이 나서 교실도 사라지고 책상 위에 곱게 두었던 책가방도 없어졌습니다. 낯선 학교 강당에서 입학식도 하고 운동장 컨테이너 교실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문만 열면 운동장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웠습니다. 고생을 함께한 사이라서 정이 너무 들어버렸습니다.”

이 글을 읽자마자 선생님과의 1학년 생활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특히 그 시기는 일본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계속 방사능비가 내렸습니다. 컨테이너에서의 생활도 힘들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냥 비도 아닌 방사능비가 매일 내리니 더 힘드셨겠지만 늘 웃으며 우리를 챙겨주셨습니다. 선생님을 넘어서 모두에게 ‘엄마’ 같은 존재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기장에 늘 답글도 정성껏, 그리고 꼭 그 상황에 필요한 말씀으로 해주셨습니다. 가장 가슴에 오래 남은 답글이 하나 있습니다. 1학년, 저는 유난히 급식을 힘들어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답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사랑하는 영수야, 미워서가 아니야. 땅에서 열심히 자란 음식들이 영수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가는 건 너무 안타까워. 우리, 그렇게 해 보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데 너무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습니다. 가수 박정현의 ‘사랑이 올까요’ 중 이런 가사가 떠오릅니다.

‘혹시 그대 꿈에 갈 수 있다면 가장 예쁜 모습으로 갈 수 있다면 난 크게 말할 거예요. I love you 사랑한다고. 그럼 그대도 나 그리울까요’. 노래 가사 속 ‘그대’는 제 마음속 ‘선생님’입니다. 지금, 영화 ‘어거스트 러시’의 한 장면처럼 텔레파시를 써서 선생님과 대화하는 상상을 합니다.

2017년, 선생님과 저 새로운 길을 갔습니다. 저는 중학교로, 선생님께서는 다른 학교로. 선생님께서 전근 가시기 전날 많이 우셨다는 소식을 동생에게서 듣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습니다.

하지만 이번 스승의 날 선생님을 뵙고 다시 마음을 잡았습니다. 줏대를 키웠습니다. 성공해서 다시 선생님 뵙는 그날까지, 사랑하는 선생님 뵙는 그날까지 열정적으로 살자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백만 번, 천만 번 표현할 수 없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산 센텀중학교 1학년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