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피뎀 남용 ‘위험수위’… 사망 30대女 과다복용 추정

소비량 세계7위로 급증추세
부작용도 3년새 61% 늘어

졸피뎀타르타르산염(졸피뎀) 성분 수면 유도제 과다 복용 탓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졸피뎀은 과다 복용 시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의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졸피뎀 소비량이 세계 7위에 이르는 등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 명목 등으로 쉽게 처방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4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초구 한 원룸에서 30대 여성 A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A 씨는 침대에 반듯이 누운 자세였으며, 주변엔 수액 주입용 주삿바늘 여러 개가 흩어져 있었다. 서랍 안에서는 졸피뎀 성분의 수면 유도제도 함께 발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일하다 최근 실직한 A 씨는 사망 전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 씨는 지난 1일에도 수면제 다량 복용으로 응급 호송됐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은 부검 이후에 나올 테지만, 현재까지는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 다량 복용을 사망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졸피뎀 소비량은 세계 7위로, 특히 최근 5년간 처방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송석준(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82만6000건이던 졸피뎀 처방은 지난해엔 608만4000건으로 약 26% 증가했다. 2013년 437건이던 졸피뎀 부작용 보고는 지난해 704건으로 약 61%나 늘었다.

졸피뎀은 복용 후 전날 있었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장기간 복용 시 환각 증세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 없이는 복용할 수 없게 돼 있다. 강간 등 살인·사체 유기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딸 친구의 정신을 잃게 할 때 사용한 약품이 바로 졸피뎀이었다. 박종원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졸피뎀의 남용을 막기 위해선 의사가 처방 자체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이희권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