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증원에… 지방 中企 구인난 심화 ‘부메랑’

취준생 대거 ‘공시’로 몰려
중견·중소기업 지원자 급감
직원 퇴사뒤 공무원 준비도

제조업 경영의욕 꺾인 CEO
“차라리 부동산 임대업 전환”

대전지역 중견 건설사인 A 사는 최근 40명 규모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원서를 접수한 결과, 지원자 수가 지난해 712명에서 100여 명이나 줄어 애를 태웠다. 주로 공사 현장에 근무할 토목·건축과 출신자를 뽑기 위해 구직 사이트에 고액의 광고까지 싣는 등 인재 확보에 나섰지만, 양적·질적으로 지원자 수준이 전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을 실감한 채 채용의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 기업의 채용담당자는 “초봉 3000만 원 이상을 주는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인 데도 예년보다 인재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며 “대학 측에 알아보니 학생들이 공무원·공사 취업 문호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대거 진로를 공직 분야로 바꾸면서 민간 건설사 취업을 피한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14일 지방의 경제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늘리기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 중견·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대거 공무원시험 준비로 몰려 지방의 중견·중소기업들은 인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에서 직원 300여 명 규모로 제조업을 하는 중견 기업인 B 씨는 “회사 특성상 기계장비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 인력이 필요한데 해당 전문인력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기존 직원들까지 공시 준비를 한다며 회사를 그만두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충청권의 한 정밀기계 제조업체는 만성적인 연구개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수년 전 서울로 연구소를 이전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대표 C 씨는 “지방 중소기업 인력난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공공분야 위주의 일자리 대책은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최근 제조업 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차라리 부동산 임대업 등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업 대표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무직종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대전청사의 한 외청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D 씨는 “언론사나 기업 홍보담당 취업을 준비하다가 최근 공무원으로 진로를 바꿔 취업에 성공했다”며 “친구들 대부분이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실태를 전했다.

대전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청년 실업난이라지만 정작 청년들의 취업 눈높이는 상대적으로 일이 편하고, 정년과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이나 공공분야 취업에만 맞춰져 있다”며 “공공분야 증원 정책의 ‘부메랑 효과’로 그동안 고용 창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중견·중소기업이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