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고용寒波 넘을 제1 대책은 규제 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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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고려대 교수 경영학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은 3.2%이고 청년실업률은 9.2%로,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 체감실업률 역시 21.4%로 전년 동기보다 0.1%포인트 올라갔다. 청년 5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혀 취업에 문제가 없을 수준의 학생들도 극심한 고용한파(寒波)로 고통을 겪고 있으니 답답하다.

더욱이 한국 청년들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우수한 인력이다. 인구의 일반적인 지능을 나타내는 국민 평균 지능지수(IQ)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편에 속하고, 청소년의 학력 수준을 나타내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는 읽기·수학·과학 등에서 일본, 핀란드와 함께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고교 졸업생 중 대학진학률은 우리나라의 경우 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41%보다 월등히 높아 회원국 중 으뜸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렇게 우수한 인재들이 일자리를 못 구해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사회학적으로 실업은 생계형 범죄군이나 사회 부적응 또는 불만 세력의 양산 등 대부분 사회문제의 근원이다. 특히, 청년실업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결혼율과 출산율을 떨어뜨린다. 인구가 갈수록 줄어서 약 200년 후에는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없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웃 나라에서 나오는 마당에, 갈수록 악화하는 청년실업이 국가 미래를 더 갉아먹는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고, 기업의 신규 투자는 바로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기업이 투자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다. 곧, 일자리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혁파다. 하지만 한국은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기로 유명하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해외 기업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3가지는 북한의 핵과 노사관계 문제 및 정부 규제다. 실제로 외국의 많은 투자자가,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고 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이 돼 한국 투자를 포기한다고 한다.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풀 경우 기업 투자가 늘어나 잠재성장률이 매년 0.3%포인트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의 역대 정부들은 규제개혁 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규제를 줄이려 노력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관료들은 규제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는 매년 늘어났지, 규제 총량이 줄어든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규제에는 내용상의 규제가 있고 절차상의 규제가 있다. 전자는 공중안전, 환경보전 등 반드시 필요한 규제여서 ‘좋은 규제’라고도 불리지만, 후자는 행정 편의주의에 의한 규제로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비슷한 서류를 여러 관청에 제출해야 하고 신규 공장 설립을 위해 도장을 수백 개 받아야 하는 ‘나쁜 규제’를 의미한다. 지금은 행정 전산 시스템이 발달해 행정 기관끼리 협력할 의지만 있다면 절차상의 규제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청년실업의 해소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노사 간의 이견도 있을 수 없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정쟁을 그만두고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규제개혁을 가장 큰 화두로 삼아야 한다. 규제 혁파만을 업무로 하는 가칭 ‘규제개혁부’를 신설해 그동안에 쌓인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줄이고, 모든 공직자의 성과급·포상·진급을 규제 혁파 실적에 따라 결정할 것을 제안한다. 규제개혁이 곧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