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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15일(金)
朴 권익위원장은… 인권·생명운동엔 시간 쪼개가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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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시절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을 현장 조사하는 모습.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한번도 옆길로 샌 적 없는 책벌레

“법의 이름으로 우리는 한평생 쌓은 명예를 잃기도 하고 재산을 잃기도 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법은 모든 인간사만큼이나 깊고 넓죠.”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1970년 이화여대 법학과에 입학한 이후 평생을 법철학 연구에 매진해 왔다. 어떤 이들은 법을 인간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만을 논하거나 인간사의 표피만을 건드리는 딱딱한 학문이라고 여기지만, 박 위원장에게 법학은 평생에 걸쳐 탐구할 가치가 있는 무거운 학문이었다. 그는 “인간사에서 전쟁을 제외하고 형사 처벌을 받는 것만큼 고초가 큰일은 없다”며 “법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항상 법을 기술적 지식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인문학적 지식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문을 읽더라도 법문에 밴 인간의 희망과 사회에 대한 여망을 알지 못한다면 법 지식은 그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무 살 무렵 선택한 법학도의 길을 한 번도 옆길로 샌 적 없이 걸어온 그는 “내 인생은 어느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움직이지 않는 식물과 같았다”며 “집과 학교만 왔다 갔다 하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제 기질이 여행은 싫어하지만 여행 간 친구들이 그곳에서 보내준 편지나 기행문 읽는 것은 무척 좋아한다”며 “읽을거리가 있으면 상대방이 약속보다 한 시간을 늦게 와도 겉으로는 화를 내는 시늉을 해도 실제로는 화가 나지 않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영락없는 책벌레로 비치치만 박 위원장이 책상머리에서만 살아온 것은 아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기꺼이 시간을 쪼개 캠퍼스에서 쌓은 학문적 지식을 사회와 나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인권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인권운동에 몸담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생명공학이 급속도로 발전하자 이를 뒷받침할 법 제도 확립을 위해 심도 있는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 위원,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 인간개체복제금지 국제협약성안 유엔특별위원회 정부 대표 등의 활동도 해왔다.

슬하에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둔 박 위원장은 “연구실이 웃으면 집이 울고, 집이 웃으면 연구실이 우는 세월을 보내면서 개인적인 일상은 적잖이 포기하고 살았다”며 “제 하루가 25시간이 아닌 이상 경조사를 살뜰히 챙기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생활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 연배에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가정도 돌보려면 이럴 수밖에 없었는데, 요즘 세대도 구조적으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늘 24시간이 모자란 생활을 해 온 탓에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방학 때도 아이들과 어디 변변히 놀러 다니거나 자상하게 챙겨주질 못했다”고 했다. 국내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한 뒤 뇌과학으로 전공을 바꿔 미국 유학을 떠난 37세의 딸은 현재 미국 명문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35세의 아들 역시 대학에서 고고학을 가르치고 있다.

△1952년 경북 안동 출생 △경기여고, 이화여대 법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법학 박사 △이화여대 법대 교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부위원장 △제3대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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