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남을 도울 때 필요한 ‘남다른 작은 관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열정과 휴식 바싹 마른 나무들 사이에 또 다른 열정이 보인다. 조금의 휴식이 지나면 화려한 시간이 다시 오니, 우리는 잠시 휴식할 뿐이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뜻을 모아, ‘쌀 한 포대의 기적’을 통해 결식 어르신들에게 쌀 250포대, 연탄 3000장을 전달했다. SNS를 통해 한 포대, 한 포대가 모여 결식 어르신들의 겨울나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런 가운데 과유불급이었을까. 지인 한 분이 묵은쌀을 사서 드리면 300포대는 보낼 수 있다며 그렇게 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연탄값은 10일 사이에 1장에 무려 90원이 올랐으니 2000장만 보내자고 했다.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르신들에게 쌀을 보내드리는 것은 맛있는 쌀로 따듯한 식사를 드시라는 의미다. 우리가 연탄을 보내드리는 것은 하루라도 더 따듯한 아랫목에서 쉴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다. 양이 많다고 묵은쌀을, 가격이 안 맞는다고 연탄을 줄여 보내는 것은 진정한 나눔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우리가 그런 도움을 받는다면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골프에서 티샷 후에 “거리가 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임팩트가 되면 모든 스윙을 끝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는 백스윙에서 다운스윙, 그리고 임팩트까지가 스윙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로골퍼는 임팩트부터가 골프 스윙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을 골프 스윙의 착시현상이라고 하며 아마추어와 프로골퍼의 차이라고 한다.

‘무조건 남을 돕는다’고, ‘골프 스윙을 했다’고 완결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채워야 할 2%가 숨어 있다. 이것을 ‘남다른 작은 관심’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흔들려야 하고, 강물이 흘러가기 위해서는 출렁여야 한다. 우리는 그 흔들림과 출렁임을 간과하며 살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참전용사를 위한 공연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연예인 지미 듀란테는 5분 정도만 공연하기로 했다. 일정이 바빠서였다. 그런데 듀란테는 5분을 지나 30분 가까이 공연을 펼쳤다. 오른팔, 왼팔을 잃은 참전용사 두 명이 서로의 남은 팔로 박수를 치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는 “그대로 내려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듀란테의 남다른 작은 관심이 없었다면 5분 만에 공연은 끝났을 것이고 두 병사의 함께 치는 박수는 기억되지 않았을 것이다.

골프를 잘하는 골퍼,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 자신이 종사하는 업종의 달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에겐 일반 사람들이 지니지 않은 ‘남다른 작은 관심’이 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이를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모티브다. 학교에서 배운 시의 주제, 소재가 정답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그 느낌과 해석이 정답인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도와드려야 좋아하실지에 대한 ‘남다른 작은 관심’이라고 믿는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