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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15일(金)
근로시간 단축, 완충장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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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지난 11월 정기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들은 기업 규모별 3단계 시행, 휴일근로 중복할증 부정, 특별연장근로와 중복할증 불허를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비록 환노위 통과는 무산됐지만 12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는 만큼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라도 하루바삐 입법돼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야 간사 합의안은 급격한 소득 감소가 우려되는 근로자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간사 합의안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들은 법 시행과 동시에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1000인 이상 대기업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됐고 또 그 부담을 감내할 수 있다 치더라도 300인 이상 1000인 미만 사업장은 당장 시행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치 않고 300인 이상 기업은 내년에 당장 시행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 1000인 이상 기업부터 시행토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근로자의 소득 감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의 직접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소득은 평균 1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기본급과 초과수당 이외 별다른 수당이 없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초과근무에 많이 의존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타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 감소 폭을 고려할 때 근로자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근로자의 소득 유지를 위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주장도 있으나 쉬운 일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은 새로운 기계·장비·기술 도입 등이 있어야 가능한데 중소기업의 경우 더더욱 어렵다. 결국,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 모두에 환영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줄어든 근로시간을 충당하기 위한 신규 채용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따라서 실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더라도 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일정 기간 허용하거나, 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되 매년 주 2시간씩 실근로시간을 줄여나가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소득 감소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고, 기업도 적응 기간을 가지면서 신규 고용이나 기계 설비 확충을 통해 기존 생산을 유지할 수 있다.

법이 현실을 선도하는 역할도 하겠지만, 법 제도의 현실 수용성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는 달리 일단 법부터 만들고 나서 지키지 못하면 처벌하는 등 법으로 현실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도입된 정년 60세 법이다. 일본의 경우 60세 정년을 의무화할 당시 기업의 93.3%가 60세 정년을 실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도 도입 당시 60세 이상 정년 비율이 22%에 불과했다.

어떠한 제도가 현실에서 반 이상 시행되고 있는 경우에 비로소 법을 통해 규제하는 것이 입법 목적을 달성하고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제도적 보완장치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산업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생산 감축이라는 원치 않은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브레이크 없이 가속 페달만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결론을 낼 때가 됐다.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토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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