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度 넘은 여권의 사법부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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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나고 김태효 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되면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수사의 최종 목표인 이 전 대통령으로 향하려던 검찰의 계획이 어그러지게 됐다. 네티즌들은 김 전 장관을 석방한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김 전 기획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를 적폐세력이라고 맹비난하며 판사직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5년 가까이 남아 있고,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 정도 남아 있어 두 판사는 인사상 불이익과 엄청난 여론 역풍을 감수하고 용기를 낸 것으로 보는 게 이치에 맞을 텐데, 아무런 맥락도 없이 부귀영화를 위해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식으로 매도하고 있다. 영장전담 판사에게 가해지는 도를 넘은 비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엔 집권당 주류 의원들이 일반인들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인신공격에 가담해 우려스럽다. 여당 실세 의원들이 가세한 이런 막장 수준의 판결 공격은 삼권분립, 사법독립에 큰 장애가 된다.

송영길·안민석·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관진 전 장관이 구속된 지 11일 만인 지난달 22일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자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의 재판장을 맹비난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변호사 출신으로 인천시장까지 지낸 송영길 의원이었다.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인 송 의원은 “신 판사는 우병우 전 수석과 TK 동향, 연수원 동기로 같은 성향”이라고 주장했다. 신 판사의 고향이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같은 경북 봉화이고 서울대 법대 84학번이라는 이유로 그를 ‘우병우 사람’으로 엮은 것이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사람’이고,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의 사건으로 구속됐으며, 두 전 대통령은 사이가 좋지 않고, 두 사람은 검사와 판사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와 직업적으로 서로 얽힐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송 의원의 주장은 상식 이하다.

물론 같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반면,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구속적부심은 정반대로 판단해 석방한 것은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해도 ‘아니면 말고’ 식의 저급한 공격을 집권당 의원들이 벌이는 것은 문제다. 구속적부심 자체가 구속이 적당한지 법리적으로 다투자는 것으로 항소심 성격이 있는 만큼 구속영장심사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주요 사건 때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벌이는 소모적인 공방을 좀 정리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영장 발부의 기준을 모르겠다”는 검찰의 항변도 일리가 없지 않은 만큼 검찰에서 요구하는 영장항고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청구한 영장을 법원에서 기각한 경우 검찰이 상급 법원에 재심사를 요청하는 영장항고제는, 재청구된 범죄사실을 기초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만을 심사하는 것에 불과한 현행 영장재청구와는 다르다. 영장항고는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1차 판단의 당부(當否)를 사후적으로 심사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상급법원의 판례가 쌓이면 구속 기준도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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