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혹 커지는 靑 비서실장 中東 방문, 진상 밝혀야

상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일에는 비밀이 있게마련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최근 중동(中東) 방문이 그런 경우다. 임 실장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레바논을 방문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이 두 나라 지도자를 예방하고, 현지에 파견된 우리 군부대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의문이 너무 많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하루하루가 아니라 1분 1초를 아끼며 일하는 자리다. 특별한 현안도 없는 중동 국가를, 그것도 장병 격려를 위해 방문했다는 것에 대해 정상적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수긍하기 어렵다. 불과 한 달 전에 송영무 국방장관이 격려 방문을 다녀온 곳이다. 임 실장이 자리를 비운 9일에서 12일은 문 대통령의 방중 성공을 위해 청와대는 물론 정부와 경제계까지 매달려 신경을 곤두세우며 준비하던 시기다.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는 의사 시위,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 미국의 평창동계올림픽 불참 시사 등 국내외 현안도 첩첩산중이었다. ‘대통령 특사’가 9일 출국했는데, 청와대가 10일 뒤늦게 발표한 것도 비정상이다.

급기야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가 14일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UAE의 한국 원전 수주와 관련해 터무니없는 얘기를 퍼뜨리는 문 정부를 그 나라 왕세제가 국교 단절까지 거론하며 격렬히 비난하자 수습하기 위해 갔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일단 부인했다. 그러나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는다면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북 비밀접촉 시도설도 돌았다. 정말로 장병 격려 목적이었다면 ‘휴가’ 일정에 가깝다. 국정을 가볍게 여기는 행태로서, 국정 담당 역량과 인식 자체를 의심케 한다. 어느 경우든 해프닝이 아니라 국기(國基)의 문제다. 국민이 납득할 정도로 투명하게 소명(疏明)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