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서 밀어넣기?… 못믿을 경찰 포상자 심사기준

일선署 심사서 탈락한 사람이
본청 추천으로 대통령 표창
직원들 “도대체 기준이 뭐냐”

경찰청 관계자 “본청 몫 있고
포상자 선정 여부는 복불복”

정부에서 매년 우수 경찰관에 수여하는 ‘경찰의 날’ 정부 포상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이 “선정 기준을 믿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한 간부가 경찰청 추천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고, 반대로 심사를 통과해 후보가 된 경찰관 대부분은 탈락했기 때문이다. 표창 수여자 선정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청은 제72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정부 포상을 받을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6월부터 일선 경찰서에 후보자를 추천하라고 지시했다. 각 지역 경찰서들은 공적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추천했고, 지난 10월 20일 기념식에서 훈·포장 58명과 대통령 표창 172명 등 현직 경찰관 총 1485명이 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날 대통령 표창을 받은 서울 A 경찰서 B 경정은 경찰서 심사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공적조서를 직접 제출해 표창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 경찰서는 각 부서에서 추천받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고, 4명의 포상 추천 후보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경찰청이 9월 작성한 정부 포상 공개검증 명단에는 이 경찰서에서 추천한 4명 중 3명, 서울지방경찰청 심사를 통해 대상자가 된 경찰서장과 함께 추천 대상자가 아니었던 B 경정이 들어갔다.

최종적으로 A 경찰서 서장은 녹조근정훈장을 받았고, B 경정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반면 정작 A 경찰서에서 추천한 4명 중에서는 C 경위 1명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을 뿐이었다. B 경정은 “경찰청으로부터 후보군에 들었다는 연락을 받고 공적조서를 올린 것”이라며 “퇴직이 2년 반 남았는데 표창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세히 모르지만 (표창을 받는) 여러 통로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매년 60여 명씩 경찰청 몫의 정원이 따로 있고, 본청에서 양성평등·정부과제 등 주제를 선정해 후보를 발굴하고 있다”며 “누군가 상을 못 받고 기분 나빠서 제보했는지 모르겠지만, (포상자 선정은) 복불복”이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현직 경찰관은 “경찰서 심사를 통과하지 않은 사람이 경찰청 추천으로 상을 받는다면, 도대체 경찰서 심의 과정은 뭐하러 거치는 것이냐”며 “포상자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면 ‘결국 아는 사람을 통해 상을 받는 것’이라는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재연·전현진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