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이어… 김주성, 바스켓 레전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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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마친 뒤 은퇴 선언
16시즌 동안 한 팀서만 활약
블록슛 통산 1028개, 1위 지켜
“장훈이형은 내겐 멘토 같은 분”
DB “내년 1월부터 은퇴 투어”

프로농구 DB의 김주성(38·205㎝·사진)이 아름다운 이별을 예고했다. 프로야구의 이승엽처럼 김주성은 올 시즌 ‘은퇴 투어’를 펼친다.

DB는 18일 “김주성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주성은 한국농구연맹(KBL)의 살아있는 전설. 2002∼2003시즌 TG삼보(현 DB)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주성은 16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김주성은 18일까지 정규리그 711경기에 출전해 게임당 평균 14.2득점, 6.1리바운드, 2.7어시스트, 1.4블록을 챙겼다. 올 시즌엔 식스맨으로 보직을 바꿔 23경기에서 5.2득점, 2.3리바운드, 0.3어시스트, 0.4블록을 유지하고 있다.

김주성이 걸어온 길은 곧 KBL 역사였다. 이날까지 통산 1028개의 블록슛으로 이 부문 1위를 굳게 지키고 있으며, 1만124득점으로 1위 서장훈(43·1만3231점·은퇴)에 이어 최다 득점 2위다. KBL에서 1만 득점을 넘긴 건 서장훈과 김주성, 그리고 추승균(1만19점) KCC 감독 등 3명뿐이다. 김주성은 통산 4366리바운드로 서장훈(5235개)에 869개 뒤진 2위이며, 711경기에 출전해 이 부문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주성은 장신 센터이면서 동료를 돕는 팀플레이에 능했다. 김주성은 통산 1938어시스트로 이 부문 16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 은퇴를 선언한 절친 포인트가드 박지현(38·183㎝)과는 불과 31개 차이. 스틸에서도 통산 642개로 전체 11위다. 올 시즌 13개의 스틸을 추가하면 톱10 진입이 가능하다.

신인이던 2002∼2003시즌 TG삼보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김주성은 이후 2004∼2005, 2007∼2008시즌에도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2002∼2003시즌 신인상, 2003∼2004시즌과 2007∼2008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2004∼2005시즌과 2007∼2008시즌 챔피언결정전 MVP도 수상했다.

김주성은 농구 선수로는 ‘환갑’을 넘긴 나이로 갖은 부상을 안고 있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의 모범이 됐다. 외국인 선수와의 골밑 몸싸움을 주저하지 않았고, 3점슛마저 장착했다.

김주성은 또 동료와 후배를 치켜세우며 자신은 뒤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조용한 리더십으로 DB를 이끌었다. 또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받는 연금을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왔다.

DB는 내년 1월 1일부터 김주성의 ‘은퇴 투어’를 시작한다. 팀 유니폼 상의 왼쪽엔 김주성의 배번인 32와 이름을 새겨놓고, 홈경기장인 원주실내체육관 코트에도 32를 크게 배치한다. 또 32개의 한정판 유니폼을 제작해 9개 구단 원정 최종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전달하고 추첨을 통해 팬들에게도 나눠줄 계획. 행사로 마련된 수익금은 대한장애인농구협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김주성은 “미련과 아쉬움은 있지만, 한 팀에서 많은 것을 이루면서 즐거운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며 “특히 팀 동료, 후배들에게 고맙고 대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주성은 선배 서장훈을 극찬했다. 김주성은 “주위에서 (우리 둘을) 경쟁 관계로 여기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서)장훈이 형이 더 잘하고 뛰어나 제가 많이 배웠고 제게는 멘토 같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성은 또 “존경하는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팬들께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