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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12월 18일(月)
‘文정부의 동맹’ 미국인가 중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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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文, 習와 한반도 전쟁불가 선언
북·중·러·한 vs 미·일로 가려나
김정은 앉은 자리서 千軍萬馬

文정부, 국민과 인식 괴리 확인
北核도 中·러처럼 거부감 적어
보수·중도 국민이 정치 바꿔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한반도와 주변국들의 외교적 ‘민낯’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동북아의 안보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고 혼란의 수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빠져드는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문 정부는 이번 방중을 통해 대담한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14일 정상회담 뒤 청와대는 ‘4대 원칙’을 발표했는데, 첫 번째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동맹이란 전쟁 때 같은 편에 서는 나라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동맹인 미국 지도자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잠재적 적국이 될 중국 지도자와 함께 전쟁 불가를 선언해 버렸다. 한국의 동맹은 미국인가, 중국인가?

이번 회담은 동북아시아의 전략 구도를 ‘한·미·일 vs 북·중·러’에서 ‘북·중·러·한 vs 미·일’로 바꾸는 인상을 줬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 참가를 유보했던 문 대통령은 베이징대에서 중국몽(中國夢)을 함께 꾸겠다고 말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출발점인 충칭을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등장 이후 갈팡질팡하는 미국은 이런 변화를 자초했거나 막지 못했다. 김정은은 앉아서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셈이다.

누가 이런 변화를 주도한 걸까? 문 대통령은 주요국 방문 전에 전문가들과 함께 전략을 숙의해왔는데, 이번에는 이전에 비해 특별한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방중은 문 대통령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행사라고 했다. 그렇다면, 문 정부는 북한 핵은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최근 여권 인사가 미 정부 전직 고위 인사에게 ‘북한이 핵을 개발하면 왜 안 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현 정부엔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중국,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문 정부 역시 북한 핵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적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 정부는 너무 일찍 속셈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나라 안팎에서 후폭풍이 올 것이다. 우선 국내적으로, 문 정부의 대외전략은 일반 국민 인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국민의 주류와 다수는 중국이 아니라 동맹국 미국과 안보를 지켜나가길 원한다. 우리 국민이 미·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북·중·러 같은 독재국가들과 같은 편에 서기를 바라겠는가? 문 정부와 국민 간의 틈새가 확인됐고, 더 벌어질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보복’이 우려된다. 한·미 관계를 오래 담당했던 외교관은 “강대국은 국익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나라”라고 했다. 무슨 짓이 뭐냐고 물으니 “전쟁을 포함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전략적으로 한국을 포기하고 일본과의 군사 동맹을 강화하든지, 아니면 동북아의 전략 구도를 유지하거나 뒤집어 버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는 미국과 일본 한 나라만 도와줬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좋은 기회를 놓쳤다.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을 환대했다면, 문 대통령의 고(高)지지율과 상승작용해 한국 내 친중(親中)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한반도와 동북아 전략에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오히려 문 대통령을 홀대했고, 수행 기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 한국인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은 문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중국이란 나라의 정체를 확인했고, 반중(反中) 의식이 훨씬 강해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중 정상회담에 맞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것은 그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외교 관례상 선을 넘어선 행동이었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한·일 관계가 정권에 따라 더 춤출 수 있다. 문 정부가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잇달아 일본을 자극했지만, 좀 더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한국과의 관계가 소원하면 동북아에서 일본의 입지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난세에는 국민의 삶이 어려워진다. 정부에 대책이 없으니 국민은 ‘각자도생’하라고 말해야 할까. 정치가 경제·사회·문화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한 지 오래다. 국민이, 특히 보수·중도가 정치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바꿔나가야 한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자치선거, 자유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하는 개헌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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