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 ‘臨政수립이 建國’ 일방적 규정할 일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建國) 시점을 또 자의적으로 못 박았다.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이던 지난 16일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 유적지를 찾은 문 대통령은 “우리는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보고 있다.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고,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광복절 경축사의 ‘2019년은 건국 100주년, 내년은 정부 수립 70주년’ 단정을 임정(臨政) 청사에서 거듭한 것이다.

건국 시점은 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을 앞세워 국민 모두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으나, 보수와 진보 간의 대립이 첨예하다. 역사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3대 요소를 강조하는 정치학계에선 ‘1948년 8월 15일 건국’ 견해가 더 설득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상하이에서 1919년 수립된 임정의 애국 선열들이 풍찬노숙하면서 펼쳤던 독립운동의 가치와 역사성을 폄훼해선 안 된다. 하지만 건국 시점은 다른 문제다. 국민·영토·주권을 갖춘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다고 임정의 법통을 부인하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정부 수립 70주년’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반면, ‘임정 수립 100주년’ 예산을 50억 원 배정해 보수 야당으로부터 ‘국민 분열 좌편향 예산’ 지적을 자초했다. 건국 시점을 학계 아닌 정권이 입맛대로 정하려는 반(反)역사적 발상은 접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