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금융장벽…은행은 지금 플랫폼 전쟁 중>글로벌 ICT 기업에 위협받는 은행들…‘디지털 혁신’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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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 금융업계 경쟁상대가 바뀐다

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 등
플랫폼·빅데이터·자금 3박자
시장 지배하는 생태계 갖춰가

‘아마존 렌딩’ 누적대출 3조원
中 자산운용·지급결제 업무에
日은 담보대출·증권거래까지
국내은행들 적극적 대응 분주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은행의 경쟁자는 더 이상 은행이 아니게 됐다. 세계적으론 구글·아마존·알리바바가, 국내에선 카카오·네이버가 고도의 기술과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앞으로 국내 금융권의 판도를 뒤흔드는 주인공이 될지 모른다. 이제 국내 은행들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생사의 기로 위에 서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플랫폼 강자들과의 한판 대결을 불사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문화일보는 2회에 걸쳐 국내 은행들이 플랫폼 전쟁을 치르는 의미와 현 주소를 진단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금융업 지도가 바뀌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공룡 플랫폼을 무기로 한 비금융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금융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기존 은행업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영업방식이 전환되면서 고객이 모이는 각종 플랫폼은 가장 강력한 영업무기로 떠올랐다. 이에 기존 은행들도 ICT 업체를 신 경쟁상대로 지목하며 플랫폼 강화 중심의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대전에 따라 은행업 경쟁구도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은행들을 위협하는 것은 새로운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기업보다 전 세계적인 디지털 플랫폼과 이미 누적된 빅데이터,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공룡 플랫폼 기업들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츄어의 분석을 인용해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비금융 회사의 진입에 따른 시장 잠식으로 전 세계 은행권 수익이 중장기적으로 3분의 1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5년간 은행권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의 80%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ICT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의 소매상들을 대상으로 최저 연 6%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아마존 렌딩’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비용부담으로 자체 플랫폼을 만들지 못해 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할 수 있는 경쟁업체들을 아마존의 플랫폼 이용자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누적 대출액은 30억 달러(약 3조2673억 원·지난 6월 기준)를 넘어섰다. 페이스북도 지난 2월 캐나다 핀테크 회사 클리어뱅크와 손잡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광고비를 후불로 받는 금융서비스 ‘차지드(Charged)’를 개시했다.

변화의 바람은 가까운 일본과 중국까지 퍼졌다. 일본의 라쿠텐은 온·오프라인 소매점에서 사용 가능한 이머니(E-money) 등을 제공하고 신용카드를 발급할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증권거래 등도 제공한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전자상거래 외에 자산운용, 대출, 지급 결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개개인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축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더 많은 서비스와 연결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들이 은행들과의 제휴를 통해 은행권의 고객 정보와 데이터까지 손에 넣게 되면 시중 은행들은 ‘유통 경로’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각각 10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 가입자 수도 3억 명에 달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들 기업의 플랫폼에 익숙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ICT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 그 파급력은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금융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앞으로 은행의 경쟁자는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ICT 기업이 될 것”이라며 경계감을 나타냈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구글과 아마존 본사를 방문하는 등 새로운 경쟁자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